통계분석 대가 50여년 연구 집약
인류 생존·번영 결정 7개 주제로
기술 발전의 오해와 진실 짚어내
독자 이해 돕는 용어설명 부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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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분석의 대가인 저자는 현대 문명을 과학적 통계와 객관적 자료로 해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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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츨라프 스밀 지음/강주헌 옮김/김영사 /492쪽/2만2천원 |
최근 대화형 인공지능인 '챗(Chat)GPT' 열풍이 사회 전반에 불고 있다. 과거 AI챗봇이 있긴 했지만, 질문을 받아 간단한 답변을 하는 정도였다. 반면 챗GPT는 논문도 작성할 정도다. 이 때문에 대화형 인공지능이 놀랄 만큼 성장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미국에선 의사 면허 시험과 법학전문대학원 시험에서도 합격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과연 장밋빛 미래를 우리에게 가져다줄까. 세계발달사를 꿰뚫는 통계분석의 대가인 저자는 사실 기반의 명확한 데이터, 통계를 이용해 이를 판단한다. 저자는 에너지·환경·식량·인구·경제·역사·공공정책까지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광범위한 연구를 선도해 왔다.
그는 자신이 50여 년간 연구해 온 결과를 이 책 한 권에 집약했다. 그는 이 책에서 식량과 환경부터 에너지, 바이러스, 기후변화까지 객관적 통계와 수학적 자료를 토대로 인류의 과거를 탐색하고, 현대 문명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밝힌다. 저자는 오늘날 인류가 사회 경제 전반을 얼마나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지, 탈탄소화를 위한 단기간의 에너지 전환이 현실적이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 짚어나간다.
책은 에너지, 식량, 물질, 세계화, 위험 등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좌우하는 7가지 주제로 나뉘어 있다. 먼저 1장에선 우리 사회가 화석연료, 특히 가장 탄력적인 형태의 에너지인 전기에 점진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과정에 관해 이야기한다. 2장에는 생존에 가장 기본적인 필요조건인 식량 생산에 대해 다룬다. 여기선 밀부터 토마토와 새우까지 우리 생존에 필요한 것이 가진 공통분모에 관해 이야기한다.
3장에는 인간의 창의성이 만들어낸 물질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지탱하는지를 설명한다. 그중에서도 저자가 '현대 문명의 네 기둥'이라고 말하는 암모니아, 강철, 콘크리트, 플라스틱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저자는 우리 삶에 필요한 기본적인 물질로 자리 잡은 플라스틱을 다른 것이 대체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4장에선 세계가 어떻게 교통과 통신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세계화가 후퇴하거나,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단언하지 않는다.
5장에선 우리가 직면한 위험을 판단하기 위한 현실적인 구조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 장을 통해 독자가 비자발적인 실수와 집에서 넘어지는 실수, 허리케인이 잦은 도시에 사는 것과 같은 자발적인 행동이 가진 상대적인 위험을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6장에선 환경 변화가 생존에 필요한 산소, 물, 식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들여다본다. 후반부에선 지구 온난화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화석연료를 한순간에 포기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화석연료의 연소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수년간 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숫자가 자주 등장하다 보니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는 책을 읽어내는 게 버거울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책 마지막 부분에 부록을 수록해 헥토(hecto)부터 요타(yotta)까지 과학 연구에서 자주 사용되는 배수에 관해 설명하는 등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저자는 "이 책은 우리 생존과 번영을 결정하는 기본적이고 주요한 문제를 설명해보려는 시도"라며 "내 목표는 미래를 예측하려는 것도 아니고, 미래에 있을 현상을 미화하거나 암울하게 묘사하려는 것도 아니다. 나는 세계가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설명해 보려는 과학자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답을 근거로 우리 미래의 한계와 기회를 더 깊이 알아내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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