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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더 글로리'와 교실 카스트

2023-03-16

[기고] 더 글로리와 교실 카스트
도기봉 (대구청소년성문화센터장)

신학기가 되면 학부모는 학교폭력 문제가 나의 자녀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걱정을 한다. 학생도 폭력의 피해자가 되거나 따돌림을 당할까 두려운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생활하는 동급생들은 모두가 동등한 존재라고 여겨지지만 그 안에서는 힘의 원리에 의한 권력과 서열을 기반으로 하는 질서가 엄연히 존재한다.

일본 작가 스즈키 쇼는 저서 '교실 카스트'에서 교실 내의 질서를 인도의 신분제도인 카스트 제도를 인용해 설명한다. 교실 내에는 어른들의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학생들의 계급과 권력이 있다는 것이다. 학급 임원처럼 공식적으로 부여받은 권력 외에 외모, 인기, 돈, 공부, 힘 등 비공식적인 권력도 포함된다.

스즈키 쇼는 교실 내에는 권력이 있는 학생들끼리 모인 '상위그룹'과 그들을 근거리에서 지켜보는 '중위그룹'이 있고, 두 그룹에 끼지 못하는 '하위그룹'이 있다"고 주장한다. 교실은 물론 동급생 사이에서도 지위의 높낮이가 있고, 자신이 어느 그룹에 속하느냐에 따라 학교생활은 달라지며, 학생 스스로가 이러한 지위의 격차를 느끼고 인정한다는 것이다.

학교의 이러한 기형적인 권력에 의한 집단질서가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상위그룹 학생이 권력을 휘두르고 하위그룹 학생은 그들의 괴롭힘을 반항 없이 받아들이는 데 있다. 교실 카스트의 지위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하는 셈이다.

넷플릭스의 화제작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 피해 학생, 방관자의 모습을 통해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서열과 계급이 졸업 후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은숙 작가는 '더 글로리' 제목에 담긴 뜻에 대해 "내가 만난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원한 것은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였다. 잃어버린 인간의 존엄이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은 진심 어린 사과로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과거 학교폭력 피해를 본 주인공은 18년이 지나고서도 그 상처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학교폭력 행동을 실수라고 말하는 가해자에게 피해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런 걸 실수가 아니라 잘못이라 하는 거야. 다 알면서 하는 거. 다치라고 하는 거."

진심 어린 사과는 피해자에 대한 공감과 자기반성에서 나온다. 가해자는 단순히 한때의 철없는 실수였다고 변명할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을 통해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의 고통과 상처에 공감하고 그것을 치유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가해자에게 서면 사과, 접근금지나 출석정지, 강제전학, 퇴학 등과 같은 징계를 신속하게 진행하게 된다. 이러한 제도·물리적 방법과 더불어 가해자가 자기 행동의 반성과 성찰,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을 바탕으로 한 진심 어린 사과를 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그런데 진심 어린 사과는 도대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도기봉 (대구청소년성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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