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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효목동 한 복권 판매점에서 시민들이 로또 복권을 구매하기 위해 숫자를 고르고 있다. |
"사표와 함께 로또 한 장을 안 주머니에 품고 출근합니다."
9일 대구 동구 한 복권 판매점에서 만난 회사원 임모(42·동구 효목동)씨는 매주 5천원씩 로또 복권을 산다고 했다. 그는 "2년여 전까지만 해도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로 용돈 벌이 정도는 됐지만, 최근에는 손실만 보게 되면서 그만뒀다. 투자금을 까먹기보다는 5천원씩 로또를 사는 선에서 만족하고 있다"며 "최근 온라인상에서 복권 조작 의혹이 회자되고 있지만 월급 쟁이나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겐 여전히 복권 당첨이 희망"이라고 했다.
최근 복권 무더기 당첨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작 논란이 일고 있지만,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복권 판매액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제1057회 로또 추첨 결과 2등 당첨이 664건으로 대거 쏟아졌다. 특히 같은 시간대에 한 판매점에서 한 사람이 구매한 로또 복권에서 2등이 무려 103장이나 나오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복권 구매자 사이에선 조작이나 번호 유출 등 의혹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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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동일 아이디로 보이는 한 계정이 복권에 329회나 당첨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전자 복권 조작 의혹도 나왔다. 지난 2018년부터 최근까지 'jun**숫자'를 사용하는 유사 계정이 10억원에 가까운 당첨금을 가져갔다는 것.
이에 대해 동행복권 측은 "전자복권 당첨 시 고액당첨자 목록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계정을 축약해 표기하고 있다"며 "이러다 보니 유사 계정으로 보였던 것이다. jun으로 시작되는 아이디의 당첨자는 1명이 아닌 167명"이라고 해명했다.
조작 논란에도 불구하고 소득 하위 20%를 중심으로 복권 구매액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하위 20%에 속한 소득 1분위 가구의 복권 구매 지출은 전년 대비 27.4% 급증해 전체 분위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복권 구매 지출은 7.0% 증가하는데 그쳤다. 고물가로 지갑을 닫는 와중에도 소득 하위층 복권 구매 지출은 크게 늘어난 것이다.
복권 판매액도 매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복권 판매액은 6조4천292억원으로 전년(5조9천753억원)보다 7.6%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6조원을 돌파했다.
복권 판매액은 2019년 4조8천억원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5조4천억원으로 뛰었고, 이후 2021년(5조9천753억원)과 2022년까지 연거푸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글·사진=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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