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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토론·발표하며 자기주도적 학습…우리 교실이 바뀐다

2023-03-13

탐구학습 IB교육 전국적 확산세
대구지역 10곳 'IB월드스쿨' 인증
시교육청, 한국어 변환작업 추진
교사 3200명 연수 150명 활동 중
작년 후보 학교 등 88곳으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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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대사대부고 학생들이 IT기기를 활용해 얄타회담에 대한 자료를 찾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2시20분 경북대 사대부고 근·현대사 수업 시간. 이아람 교사가 교실에 들어와 '얄타회담'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구술로 전한 후 이 회담의 주요 참석자들을 촬영한 당시 사진 한 장과 관련 지도를 화면을 통해 제시했다. 일반적인 역사 수업이라면 교사가 수업 내내 전반적 줄거리를 줄줄 읊었겠지만, 이날 수업은 달랐다. 교사의 설명은 거기까지. 교사가 건넨 자료를 토대로 학생들이 직접 얄타회담의 내용을 분석했다. 학생들은 책상에 놓인 노트북과 학습 태블릿을 도구로 삼아 탐구 활동에 몰입했다.

20~30분 후 학생들은 자신들이 직접 얻은 지식을 토대로 얄타회담을 분석·해석해 친구들에게 발표했다. 이 교사는 "IB의 역사수업은 시대와 공간을 통괄하지 않고, 특정 지역 및 시기를 한정해 살펴본다. 주제를 한정해 깊이 있게 공부하는 것"이라면서 "학생은 기본 자료를 토대로 스스로 탐구한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의 IB교육 확산이 교육 혁신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구에 이어 서울시교육청, 경기도교육청의 IB 도입에 이어 부산, 광주, 전남 등에서도 적극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진학에만 쏠려있는 학교 교육, IB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IB교육이란

비영리교육재단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가 1968년 개발해 운영 중인 교육과정이다.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개념 이해, 탐구 학습을 통해 학습자가 자기 주도적 성장을 한다. 평가는 논술·서술형이다.

프로그램은 초등학교 과정(PYP), 중학교 과정(MYP), 고등학교 과정(DP), 직업 프로그램 과정(CP)으로 구성된다. 프로그램 공식 언어는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다. 대구시교육청은 IB교육 대중화를 위해 한국어 변환 작업 중이며, 한국어화 추진도 함께 진행 중이다.

일찌감치 IB교육을 도입해 월드스쿨(IB본부가 IB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을 인증한 학교로 관심학교-후보 학교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인증을 받은 경기외고는 최근 3년 동안 학생 72명이 옥스퍼드대, 런던대, 싱가포르 국립대, 코넬대, 존스홉킨스대에 합격했다. IB 점수를 대학입학성적으로 인정하는 대학은 전 세계 90개국 3천300여 대학에 달한다. 국내 대학으로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 31개 대학이다.

◆전문 교사 양성이 핵심

대구시교육청은 IB교육의 선두 주자다. 관내 초등학교 4곳, 중학교 3곳, 고등학교 3곳 등 10곳은 IB월드스쿨 인증을 받았다. 구체적으로는 경북사대부초등, 덕인초등, 삼영초등, 영선초등, 경북사대부중, 서동중, 대구중앙중, 경북사대부고, 대구외고, 포산고다. 이는 월드스쿨 인증을 받은 전국 43개 학교의 23%에 해당한다.

IB교육 성공의 관건은 전문 교사 양성이다. 대구시교육청은 IB프로그램 공식 언어로 된 107가지 교과 안내서와 평가 및 연수자료 등을 한국어로 번역했다. 교사 3천200명이 IB연수를 받아 그중 150명(초등 45명·중 45명·고 60명)이 IB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또 IB 기초·관심·후보·인증 학교를 2021년 71곳에서 지난해엔 88곳으로 확대했다. 이는 '귀족 교육'이란 오명을 쓴 IB교육의 편견을 깨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대구의 IB교육은 교육청 예산으로 지원되며 학생들이 별도로 내는 비용은 없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가정책으로 IB교육을 채택하려면 교사들의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수능과 병행 한계점

IB교육은 정착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프로그램이어서 부정적 인식이 적잖다. 무엇보다 이들을 설득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이 선행되고 도입이 이뤄졌다. IB월드스쿨을 운영하는 데 최소 2~3년이 걸린다. 대구 IB 관심(후보) 학교들은 학교 구성원의 동의와 IB학교 지원을 위한 타당성 검토, 전 교원의 IB 전문성 신장 연수, 탐구 중심 수업·평가 설계 등을 준비 중이다. 또 교육청에서는 IB 고교과정 DP(Diploma Program)의 한국어화 추진, 전문 교원 양성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수능과 IB교육을 병행하는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학생부종합전형을 빼면 나머지 대입 전형은 모두 수능 점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024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보면 수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선발 비중은 23.1%에 불과하다. 고등학교에서 IB교육을 이수한 학생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학생부종합전형만을 목표로 하거나 별도로 수능 준비를 해야 한다. 학생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IB고등학교에 진학했더라도 학생이 일반과정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놨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또 대구시교육청의 경우 디플로마 교과군 6개 중 4개 군만 한국어로 운영되고 있다. 외국어 군만 빼고 모두 한국어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글·사진=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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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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