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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경북부장 |
지난해 여름 가족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볼거리 넘치는 제주도를 다녀왔는데 아직도 기억에 가장 강하게 남은 것은 돌아오는 길에 공항에서 겪은 색다른 경험이다. 아들이 "요즘 제주도에 오면 '제주마음샌드'를 사가야 한다"며 "친구가 사달라 부탁했다"고 했다. 그래서 마음샌드를 파는 파리바게뜨 매장에 갔더니 하루에 2번 일정한 시간에만 판다고 직원이 알려줬다. 다행히 비행기 타기 전 구매할 기회가 있어 그 시간 30분 전쯤 미리 줄을 서겠다고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미 많은 사람이 대기 중이었다. 판매시간이 다 돼 가자 줄은 수십m가 됐다. 1인당 2개밖에 살 수 없어 줄을 선 지 50분쯤 지나서야 아들과 함께 4개를 구매했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도대체 어떤 제품이길래 길게 줄까지 서서 산다는 말인가.
제주마음샌드는 파리크라상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에서 2019년 제주도 우도 땅콩을 컬래버해 출시한 제품이다. 일일 한정 수량만 생산하며 제주공항에 있는 파리바게뜨에서만 판매한다. 제주도를 다녀오는 이들은 과거 돌하르방을 사듯이 마음샌드를 사 들고 온다. 말 그대로 기업과 농특산물의 컬래버가 대박을 친 것이다. 파리크라상은 공장을 증설하고 신제품 '제주마음샌드 한라봉'도 선보였다.
최근 경북 예천사과가 프랜차이즈 카페 빽다방의 음료로 소비자를 만나고 있다. 예천사과는 '예천사과주스'라는 이름으로 전국 빽다방에서 판매된다. 제품명처럼 예천사과가 음료의 주원료다. 예천농협은 예천새움사과공선회 소속 116개 농가의 사과를 수탁받아 빽다방에 납품한다. 예천군도 적극 지원에 나서 선별비, 포장재를 지원한다. 군은 예천사과가 빽다방 매장을 통해 유통되면 농가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예천의 우수 농특산물을 전국에 알리고 판매량을 늘릴 기회로 삼고 있다.
앞서 경북농특산물은 유명기업과 다양한 컬래버를 통해 전국에 명성을 알려왔다. 문경 특산물 오미자는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청도 홍시는 롯데칠성음료, 경산 대추는 파리바게뜨와 컬래버를 통해 상생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기업도 컬래버를 통해 매출 향상, 새로운 소비자 유입, 브랜드 인지도 상승 등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으니 반긴다.
패션업계에서 활발하던 컬래버가 최근 식음료업계에서 확산하고 있는데 지역농가와의 협업이 많다. 친환경 건강식품이라는 신뢰는 물론 지역농가를 돕는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으려는 기업과 판로 다각화를 통해 소득 증대가 절실한 농가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컬래버로 인한 긍정적 효과는 크다. 유명 기업과의 컬래버를 통해 농가소득 증대와 지역 홍보에도 큰 도움을 받는다. 기업도 국내산 우수 농특산물을 식재료로 사용해 소비자의 신뢰를 쌓는다. 지역농가와 상생하는 모습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 제고와 함께 신메뉴 개발·홍보에도 효과가 있다.
메뉴 개발 역량을 갖춘 기업과 농특산물을 홍보하고 판로를 개척하고 싶은 지자체 및 농가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만큼 앞으로 이런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 좋은 식재료를 얻을 수 있고, 지역은 특산물을 알릴 수 있어 '윈윈'할 수 있는 만남이니 날개를 달 수밖에 없다. 확 달라진 경북 농특산물의 미래를 본다는 생각에 절로 가슴이 설렌다. 경북에서 제2의 제주마음샌드가 나오길 바란다.
김수영 경북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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