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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주말&여행] 봄, 자박자박 걷기 좋은 꽃길

2023-03-24

길이 시작되는 곳에 꽃이 있었다…봄, 자박자박 걷기 좋은 꽃길

마당에 개나리가 피었던 날이다. 광양과 구례에서 축제가 시작되었고 서울의 어느 언덕에는 목련이 피었다고 했다. 개나리 연두 잎이 하나둘 벌어지는 동안 마주 선 앵두나무가 꽃망울로 휘청거렸고 남도의 이른 축제는 끝났다. 어느 날 아침 햇살 속에 앵두꽃이 만개하자 대구 곳곳에서 펑펑 벚꽃이 피어났다. 하동에서도 경주에서도 벚꽃 소식이 들려온다. 이레 혹은 여드레 정도 빠른 듯하다. 봄꽃의 북상이 시작됐다. 나란히 함께여도, 먼저 가 기다려도, 한 발짝 뒤 서 걸어도 좋을, 봄이다.

◆전북 무주 잠두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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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국도의 이름은 잠두길. 길 따라 온갖 봄꽃이 아우성으로 피었다. 강변의 가파른 사면에는신록이 넘실대고 청록의 금강 너머로 꽃가지에 걸린 잠두마을이 보인다.
무주 금강 변에 누에머리 모양의 잠두마을이 있다. 강 저편은 깎아지른 벼랑이라 옛사람들은 잠두마을을 육지 속의 섬이라 했다. 그러다 벼랑의 허리를 타고 무주와 충남 금산을 잇는 국도가 생겼다. 완행버스가 탈탈 달리며 흙먼지를 폴폴 날리는 길이었다. 시간이 흘러 다리가 놓이고 새길이 났다. 옛길의 시간은 멈췄고 어느 날부턴가 사람의 길이 되었다.

길은 잠두길, 길가에 벚꽃이 피었다. 산벚도 환하다. 개복숭아 꽃도, 조팝나무 꽃도, 하얗게 또 분홍으로, 저마다 명도와 채도를 달리하며 아우성으로 피었다. 단단한 땅을 뚫고 고개 내민 초록 풀들은 길섶으로 물러나 자그락거리는 걸음에 귀 기울인다. 그들 사이에 청보라 빛의 현호색과 남보랏빛의 제비꽃이 있고, 은은한 하늘빛의 봄까치꽃과 우윳빛의 흰젖제비꽃이 있다. 강변의 가파른 사면에는 신록이 넘실대고 그 아래로 청록의 금강이 흐른다. 강 너머 꽃가지에 걸린 잠두마을이 보인다. 점점이 빛나는 분홍빛은 복사꽃일 거다. 곧 사과꽃도 피겠다. 흐르는 물소리 틈으로 새들의 울음이 날아오른다. 꽃비에 흠뻑 젖어 꽃나무의 그림자를 세는, 봄날의 길이다.


■ 여행Tip

대구에서 30번 국도를 타고 성주와 김천 대덕을 지나 무주로 가는 30번 국도를 추천한다. 성주호반에서 벚꽃비를 맞고, 대가천 따라 구곡의 봄빛도 즐기며 가는 길이다. 나제통문 지나 무주에 들어서면 남대천 변의 벚꽃 행렬에 깜짝 놀랄 것이다. 무주2교차로에서 좌회전해 19번 도로를 타고 무주IC 방향으로 가다 싸리재 터널 지나 가옥교차로에서 우회전해 37번 국도를 타고 가면 잠두1교 건너 잠두마을이다. 잠두길은 잠두1교에서 잠두2교까지 2㎞로 잠두2교가 주차하기에 용이하다.

◆울산 서생포 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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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생포 왜성은 1593년 왜군의 제2선봉장 가토 기요마사가 축성한 것이다. 성을 연구하는 학자들과 벚꽃 필 무렵 상춘객이 약간 찾아오는 한적한 곳이다.

애인 이름 같은 바다, 진하를 등 뒤에 두고 산을 오른다. 듬성하지만 유난스러운 참꽃이 음지에서 빛난다. 조금씩 걸음이 느려지다 곧장 치고 오를 듯 급경사가 시작되는 곳에 형태가 고스란히 확인되는 성문이 나타난다. 서생포 왜성의 주 출입구다. 여기서부터 길은 직각으로 꺾였다가 다시 직선으로 오른다. 올려다보면 하늘이 벚꽃이다. 꽃을 잡아보겠다고 끙끙 오르면 소곽이 나타나고 길은 다시 꺾이고, 오르면 다시 소곽이다. 주 통로에 들어선 순간부터 산 정상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길은 꺾임의 연속이다. 꺾어진 곳에는 사각의 공간이 숨어있고, 꺾어 들어가기 전에는 저 앞에 무엇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단 하나, 거기에 꽃이 있다는 것은 안다. 감춰진 곳에서 나만의 것이 되는 꽃. 꽃 속에서 진하의 바다를 본다. 가까운 바다부터 먼바다까지, 시야는 거침없이 열려 있다.

■ 여행Tip

대구부산 고속도로 부산 방향으로 가다 밀양 분기점에서 함양울산고속도로 울산 방향, 울주 분기점에서 65번 부산 방향 동해고속도로를 탄다. 온양IC로 나가 간절곶 방향으로 가면 진하해수욕장, 서생포 왜성 이정표가 있다. 정상까지는 약 200m다.

◆경남 밀양 방동 꽃새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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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동 저수지 너머 종남산 자락의 꽃새미마을. 꽃이 사계절 내내 샘처럼 피어난다는 뜻이다.

맑기도 하지, 봄 물. 꽃길과 골짜기에 파묻혀 고개만 쏙쏙 내민 마을과 구름을 휘감아 아슴아슴한 산이 죄다 봄 물속에 있다. 저수지는 방동, 마을도 방동, 산은 종남산이다. 꽃길 누리며 마을로 간다. 꽃잎 떨어지는 자리엔 검은빛의 돌담이 길다. 저수지의 둥근 모서리에 닿자 장승과 돌탑들이 마구 꽃잎을 뿌리며 환호한다. 두 팔을 번쩍 들어 화답해야지. 마을 초입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쪽은 산 너머 평촌으로 연결되는 임도로 초입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장관이다. 왼쪽 길은 마을을 관통해 계곡물과 함께 오른다. 그 사이 제법 너른 골짜기에 허브 농원이 펼쳐져 있다. 야생화를 키우기 시작해 허브와 다육 식물이 더해졌고 지금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테마농원으로 커졌다. 방동 마을의 또 다른 이름은 '꽃새미 마을'이다. 꽃이 사계절 내내 샘처럼 피어난다는 뜻이다.

■ 여행Tip

대구부산 고속도로 남밀양IC에서 내려 25번 국도를 타고 창원 방향으로 간다. 수산교차로에서 1008번 지방도로 창녕, 부곡 방향으로 가다 성남교차로에서 초동 방향으로 우회전해 들어가면 된다. 성남 교차로에서부터는 꽃새미마을 이정표가 갈림길마다 있어 찾아가기 쉽다. 종남산에 올라 훌쩍 키 큰 진달래에 안겨 취해 보는 것도 좋겠다.


◆충남 금산 보곡산골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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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곡산골마을은 국내 최대의 산벚 자생지 중 하나다. 산벚은 꽃과 잎이 함께 피어난다. 특히 산골의 꽃은 평지보다 기온이 낮아 한걸음 늦게 피어난다.
금산 군북면, 그리 높지 않은 서대산과 천태산이 휘둘러 폭 안고 있는 아늑한 땅에 보곡산골마을이 있다. 보곡산골은 보광리, 상곡리, 산안리 세 마을이 합해진 이름으로 마을에 걸쳐진 산자락 전체가 국내 최대의 산벚 자생지 중 하나다. 길은 산안2리인 자진뱅이 마을에서 시작된다. 새파란 것들 잔뜩 오른 밭 지나 조팝나무 꽃 무리가 눈부신 묵정밭 지나 임도에 든다. 300년 된 '자전리 소나무'를 지나고,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 가에 앉은 '봄 처녀 정자'를 지난다. 그리고 힘껏 치고 오른 산마루에 '보이네요 정자'가 있다. 보인다. 세상의 모든 신록과 매 순간 명멸하는 듯 아슴한 흰 꽃들 그리고 이 새봄에 안긴 자진뱅이 마을과 먼 서대산의 능선도 보인다. 벚나무는 꽃이 피고, 지고, 잎이 난다. 그러나 산벚은 꽃과 잎이 함께 피어난다. 특히 산골의 꽃들은 평지보다 기온이 낮아 한걸음 늦게 피어난다. 그러니 휘 둘러보며 한걸음 늦게 따라가도 괜찮다.

■ 여행Tip

경부고속도로 대전 방향 옥천IC로 나가 37번 국도를 타고 금산, 대전, 추부 방향으로 간다. 신평교차로에서 빠져나가 좌회전, 601번 지방도를 타고 군북 방면으로 간다. 군북면행정복지센터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해 산꽃로로 가다 자진뱅이길로 가면 축제 때 메인 행사장이 되는 산꽃벚꽃오토캠핑장을 지나 산안2리 자진뱅이마을이 나타난다. 4㎞의 '나비꽃길', 7㎞의 '보이네요길', 9㎞의 '자진뱅이길' 등이 있다. '2023 비단고을 산꽃축제'가 4월15일 토요일부터 16일 일요일까지 열린다. 산안리의 남쪽 신안리 신안사에는 백 년 넘은 왕벚나무가 있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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