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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로에서] 팬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

2023-04-05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특정 소수의 생활 양식서

보편·일상적인 문화로 성장

권력화 문제는 사회적 이슈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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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장)

가히 팬덤(fandom)의 시대다. 팬덤의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커지는 중이다. 특정 분야에서만 통용되던 소수의 생활 양식이 사회 전반적인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팬덤은 텔레비전의 보급과 함께 대중문화가 확산하면서 나타났다. 한국에서는 '오빠 부대'로 불리는 대규모 팬 집단의 등장 이후 서태지가 청소년의 우상으로 떠오르면서 팬덤 문화가 본격화한 것으로 본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팬덤 문화의 급속한 진화를 부추겼다. 언제 어느 곳에서든 서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거대한 통신망은 팬덤의 몸집을 키우고, 영역을 넓혀가는 토대가 됐다. 인터넷 시대 팬 활동은 더 이상 비주류 문화가 아니라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참여 문화적 소비 양식을 의미하는 것이다.

팬덤 문화의 그림자는 짙다. 그 이면에 광기가 도사린다. 팬덤은 광신자를 뜻하는 퍼내틱(fanatic)의 팬(fan)과 영지(領地)·나라 등을 뜻하는 접미사 '덤(-dom)'의 합성어다. 팬층이 광신자 집단으로 돌변하는 것은 순간이다. 사생·안티팬 양산은 차치하고 팬클럽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며 특정인을 상대로 한 스토킹, 사이버테러와 같은 범죄로 점철되기도 한다. 계층 간 갈등까지 부추긴다. 우월주의에 빠진 일부 집단은 서로 잘났다며 상대를 깎아내리기 바쁘다. 확증편향 지수가 높을수록 전투력도 강하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주객전도(主客顚倒)다. 팬덤의 대상이 오히려 팬들의 기대에 부합하기 위해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른바 팬덤의 권력화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저명인사나 스포츠 선수, 유튜버, 인플루언서 모두 팬덤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정치권에서 팬덤의 권력화 문제는 훨씬 심각하다. 사회적 파장이 크지만 좀처럼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콘크리트처럼 탄탄한 지지층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인들은 국민이 아닌 소속된 정당과 열혈 당원들의 '입'에만 집중한다. 국가의 안위와 민생은 뒷전이다. 팬덤의 확장을 위해 진영논리 프레임을 만들고, 지지자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본 뒤 그것을 사실로 믿는다. '우리 아니면 적'이란 편 가르기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팬덤 정치는 정책보다 정치인 개인 또는 정당에 대한 애정에 집중해 극단주의와 포퓰리즘을 낳고 결국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한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주된 독자층의 가치관, 정치 성향에 따라 편향된 기사를 내보낸다. 상대 세력의 꼬투리를 잡는 데 혈안이다. 일부 언론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기사'를 위한 기사가 매일같이 쏟아진다. 팬덤 정치의 폐단을 언론이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팬덤에 삼켜진 정치권과 언론이 바로 서려면 스스로 변해야 한다. 열성 지지세력의 대변인이 아닌 민주주의 발전을 이끄는 주체로 거듭나야만 한다. 수많은 채널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균형 있는 시각을 갖춘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는 게 급선무다. 팬덤 구성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팬덤을 이루는 이들은 가장 능동적인 수용자다. 봉사, 나눔, 사회 공헌 캠페인 등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다양한 방면에서 생산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미 팬카페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또한 구성원 스스로 감시와 비판의 시선을 상대가 아닌 자신에게 돌린다면 팬덤 문화의 폐단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박종진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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