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양반네들이 음식 또는 물건을 사려 할 땐 종을 시켜 가게에 알린다. 그러면 가게 주인이 음식을 해오거나 물건을 들고 온다.' 구한말 조선에서 선교사로 있었던 미국인 호머 헐버트(1863~1949)가 쓴 '대한제국 멸망사(the passing of korea)'에 나오는 얘기다. 서양인의 눈엔 신기하게 비쳤던 우리나라 '배달(配達) 문화'의 옛 풍경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유통문화는 예로부터 공급자가 수요자를 찾는 게 관례였다. 세월을 더 거슬러 올라가 조선 후기 선비 황윤석이 쓴 '이재난고'엔 '과거를 치른 이튿날 친구들과 함께 점심 식사로 냉면을 시켜 먹었다'는 글이 적혀 있다. 그때가 1768년이니 255년 전 이미 한반도에 음식 배달 문화가 성행한 것으로 여겨진다.
1970년대 나름 여유가 되는 집에선 병우유를 배달시켜 먹었다. '야쿠르트 아줌마'로 대표된 새콤 달콤한 맛의 유산균 음료도 빼놓을 수 없다. 음식 배달은 전화기가 널리 보급된 1980년대 이후 뿌리를 내렸다. 일등 공신은 다름 아닌 자장면. 주문이 밀려 배달이 늦어지면 중국집 전화기가 불났다. 중국집 사장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네~지금 출발합니다." 오늘날엔 스마트폰 하나로 거의 모든 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다. 치킨·족발·김밥·햄버거는 물론 한 끼 밥상, 뷔페 음식까지 깨알같이 배달해준다.
국내 배달 음식의 아이콘인 치킨이 '3만원 시대'를 맞았다. 최근 한 치킨 업체가 품목별로 500원~3천원까지 값을 올리는 바람에 배달비를 포함해 모두 3만원을 내야 한다. 도미노 인상의 신호탄이다. '국민 간식'마저 시켜 먹기 버거운 시대다.
이창호 논설위원
1970년대 나름 여유가 되는 집에선 병우유를 배달시켜 먹었다. '야쿠르트 아줌마'로 대표된 새콤 달콤한 맛의 유산균 음료도 빼놓을 수 없다. 음식 배달은 전화기가 널리 보급된 1980년대 이후 뿌리를 내렸다. 일등 공신은 다름 아닌 자장면. 주문이 밀려 배달이 늦어지면 중국집 전화기가 불났다. 중국집 사장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네~지금 출발합니다." 오늘날엔 스마트폰 하나로 거의 모든 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다. 치킨·족발·김밥·햄버거는 물론 한 끼 밥상, 뷔페 음식까지 깨알같이 배달해준다.
국내 배달 음식의 아이콘인 치킨이 '3만원 시대'를 맞았다. 최근 한 치킨 업체가 품목별로 500원~3천원까지 값을 올리는 바람에 배달비를 포함해 모두 3만원을 내야 한다. 도미노 인상의 신호탄이다. '국민 간식'마저 시켜 먹기 버거운 시대다.
이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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