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복현기우회, 지난해 20명에서 올해 140명 지원
영남대 바둑동아리도 100명 넘게 지원 '동아리방 사수'
'더글로리' 영향, 반짝 열풍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 |
넷플릭스 '더글로리' 캡처 |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드라마 '더글로리'에서 여주인공 역할을 맡은 송혜교가 남긴 명대사다. 이 덕분일까. 대학가에 바둑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올해 경북대 바둑동아리에서 신입회원을 모집했더니, 작년보다 무려 7배가 많은 인원이 몰렸다.
경북대 '복현기우회'가 지난달 캠퍼스 가두모집을 통해 신입회원 신청을 받은 결과 140여명이 지원했다. 지난해엔 20여명이 고작이었다.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성재명(21) 복현기우회장은 "갑자기 너무 많은 지원자가 한꺼번에 몰려 깜짝 놀랐다. 서너 명이 사용하던 동아리 방에 이제 스무 명이 넘게 북적댄다"고 말했다.
영남대 바둑동아리는 지난해 회원 모집이 극히 저조해 동아리방을 뺄 위기에 처했지만, 올핸 100명이 넘었다고 한다. 당시 선배들이 힘을 합쳐 가까스로 동아리를 살렸는데, 올해 생각지도 못한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대학생들이 바둑 동아리에 몰려드는 것은 '더글로리'의 인기 영향이 크다. 학교 폭력에 시달린 여주인공이 남자 주인공과 바둑 대련을 하는 장면이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생이었던 여주인공이 긴 머리를 질끈 묶고 서점 바닥에 주저앉아 바둑책을 정독하는 모습은 여대생들이 바둑에 관심을 갖는 결정적인 모티브가 됐다는 분석이다. "집을 빼앗으면 이기는 게임이라니 아름답더라"는 여주인공의 독백은 바둑의 진수를 표현했다는 게 바둑인들의 평가다.
성 회장은 "'바둑을 두는 송혜교가 너무 멋있었다' '드라마 보고 동아리에 들어왔다'는 신입생들이 한둘이 아니다"면서 "드라마 인기에 더해 코로나 엔데믹으로 대면 바둑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든 것도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학가의 바둑 열풍은 '반짝'하다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16년 인공지능(AI)인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으로 세계적 이슈로 떠올랐을 때 바둑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기원이 늘어나고 대학가도 바둑 바람이 한바탕 불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에도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미생' 방영으로 일반인들 사이에서 바둑이 관심을 끌었지만 잠깐이었다.
이승현 대구바둑협회 사무국장은 "바둑은 '올드하다'는 인식이 퍼져있어 요즘 젊은 바둑인이 귀한 편이다. 때아닌 바둑 인기가 반갑지만, 젊은이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 줄지는 미지수"라면서도 "바둑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일종의 '수 싸움'에 자신감이 생길 경우 사회생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번 기회에 많은 사람들이 바둑을 즐겼으면 한다"고 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이효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