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보스턴 인근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주제로 연설한 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셉 나이 교수. 연합뉴스 |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워싱턴 선언'에 대해 "불가피한 선택 방안을 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 담당자가 바뀐다고 해서 바뀔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은 나토의 '핵공유'와는 조금 다르지만, 다자 약정인 나토식 보다 1대1로 맺은 워싱턴 선언이 더욱 실효성이 뛰어다나는 입장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보스턴의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연설 이후 조지프 나이(Joseph S. Nye) 하버드대 석좌교수 및 청중과의 대담에서 이같이 밝혔다.
◆워싱턴 선언에 질문 집중…尹 "거스를 수 없는 선택"
이날 대담과 청중들의 질문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발표된 워싱턴 선언 및 우리 정부의 외교 현안에 집중됐다. 나이 교수는윤 대통령이 출범 첫해에 상당히 많은 성과를 거뒀다고 언급하며 "그 중에 굉장히 두드러진 것이 워싱턴 선언"이라고 했다. 그는 "워싱턴 선언에 따르면 한국이 나토 회원국과 동등하고 대등한 대우 받게 된다. 핵 협의, 기획과 관련해 동등한 대우 받게 되는 상당한 성과"라고 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성명 발표하며 워싱턴 선언 규탄한 것으로 아는데 한중 관계 악화되 것이란 지적이 나오자 윤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를 늘 상호 존중에 기반해서 좋은 양국의 공동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면서 워싱턴 선언이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핵개발이 고도화되고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결의에 위반한 행위에 대해서도 안보리 이사국들이 거기에 대한 협조를 충분히 하지 않은 탓에 핵위협이 대단히 구체화되고 위협적이 됐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미국도 함께 노출돼 있기에 (워싱턴 선언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선언이 '나토식 핵공유'와 비교되는 데 대해선 "1대1로 맺은 것이기 때문에 나토의 다자와의 약정보다는 더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저는 워싱턴 선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 보유 인정이나 우리 측의 핵무장에 대해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그런 선언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북한의 핵보유를 부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보유하는것을 국제사회에서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거기에 대응하는 시스템"이라고 반박했다.
워싱턴 선언이 불가역 적인 선언이 될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에는 미 행정부의 의무만 들어가 있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로 독자 핵 개발을 안 하고 NPT(핵확산금지조약)를 존중하는 의무가 있다"며 "정부 담당자가 바뀐다고 해서 효력이 바뀔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에도 독자적인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대한민국은 핵무장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빠른 시일 내에 심지어 1년 이내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그런 기술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핵을 보유할 때 포기해야 하는 다양한 가치들과 이해관계가 있다. 그런데 국내 여론은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북한이 저렇게 위협을 고도화하고 있으니까 우리도 하자고 하는, 핵개발을 하자고 하는 그런 여론으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한일관계 질문도 나와
'우크라이나에 공격무기 지원을 고려 중이냐'는 질문에는 "지금 우크라이나의 전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전황에 따라서 저희가 국제사회와 함께 필요한 또 국제규범과 국제법이 지켜지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거기에는 다양한 옵션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일관계와 관련해서는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으면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서는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국) 국민 간에 과거 식민 시절과 관련해 많은 감정의 갈등과 대립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한다"며 "그렇지만 우리가 미래를 위한 협력을 잘 하면 이런 과거에 대한 우리의 갈등과 반목은 많이 치유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미래의 협력이 우리 과거사와 관련된 국민 간 감정적인 문제, 인식의 문제들을 많이 고쳐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에) 호응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았지만, 오늘 아침 보스턴에서 일어나 보니까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 다시 전격 복귀시키는 결정을 했다고 들었다"며 "이런 식으로 변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아프리카 수단의 일본인들이 대피 과정에서 한국 도움을 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벌써 몇 달 전만 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저는 믿는다"고 말했다.
청중석에 있던 한 일본인 학생의 한일관계와 관련해 정권이 바뀌면 변할 수 있다는 취지의 질문에 "변화가 이뤄지고 흐름이 만들어진다면 한국과 일본의 정권 담당자들이 변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왜냐하면 이미 국민들한테는 그러한 변화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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