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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30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서 내리며 환영객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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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각) 워싱턴D.C.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참석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손뼉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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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보스턴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테이블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12년 만의 국빈 방미를 마치고 30일 귀국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각)부터 워싱턴에서 3박4일, 보스턴에서 2박3일을 보내면서 한미 정상회담,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 하버드대 강연,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미국의 핵우산을 명문화한 '워싱턴 선언'을 도출하며 안보에서 큰 성과를 냈고 투자 유치도 이끌어 냈다.
◆한미동맹 업그레이드
대통령실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한미동맹 70년 성과를 정리하고 다음 70년을 설계하는 자리가 됐다"고 자평했다. 또 한미동맹이 워싱턴 선언과 사이버·우주 등 첨단과학기술 협력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됐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선언'의 경우 미국의 핵우산을 명문화한 것으로 '한국형 확장억제' 방안으로 요약할 수 있다. 양국의 차관보급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 신설, 전략핵잠수함(SSBN) 등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인 한반도 전개 확대, 핵 위기 상황에 대비한 도상 시뮬레이션 등 구체적인 방안이 담겼다.
NCG는 한미 간 핵 관련 논의에 특화한 첫 고위급 상설 협의체다.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운용 중인 '핵기획그룹(NPG)'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양국 간 1대 1 협의체로 더 실효성이 있다는 게 윤 대통령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보스턴 하버드대 대담에서 "나토 핵 공유하고 조금 다르긴 하지만, 실효성 면에서는 1대 1로 맺은 것이기 때문에 나토의 다자와의 약정보다 더 실효성이 있다"며 "확장억제라는 개념이 하나의 선언에서 그치지 않고 어느 특정 국가와 문서로서 정리된 가장 첫 번째의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핵 위협에 맞서 '확장억제'로
핵관련 논의 특화 'NCG' 신설
군사안보 넘어 첨단기술 동맹
IRA·반도체법 부담완화 기대
산업 교류·투자 활성화 논의도
6천만달러 교육재원 조성 합의
글로벌 이슈 '친미 노선' 견지
우크라·대만 문제 등 언급까지
對 중·러 관계관리 고민 깊어져
'워싱턴 선언'뿐만 아니라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킨 것도 의미가 있다. 군사 안보뿐만 아니라 첨단기술동맹, 경제안보동맹, 사이버안보동맹 등으로 양국 간 협력의 범위를 대폭 넓힌 셈이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 대북 문제를 넘어 기후 위기 대응, 에너지 안보 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 디지털 분야 연구·개발 등에 있어 긴밀히 공조하기로 하면서 동맹의 무대를 '글로벌'로 넓혔다는 평가도 나왔다.
윤 대통령이 미국 의회에서 가진 영어연설로 한미동맹의 결속력을 더욱 강화하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윤 대통령이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이란 주제로 가진 미 상·하원 합동회의 영어 연설은 44분간 진행되는 동안 500여 명의 미 상·하원 의원들이 23차례의 환호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경제·교육 성과도 빛나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미국 8개 기업은 한국에 총 59억달러(약 7조8천억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지난해 미국이 우리나라에 직접 투자(FDI)한 금액의 3분의 2 정도이다. 투자는 첨단산업 분야가 주를 이뤄 글로벌 초격차 확보에 상호 협력해 나갈 것으로 기대됐다. 넷플릭스 테드 서랜도스 최고경영자(CEO)는 K콘텐츠에 25억달러(약 3조3천억원)의 투자를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는 윤 대통령을 만나 아시아 기가팩토리 투자국 선정 진행 상황을 논의하고 한국이 가장 유력한 후보국 중 하나라고 언급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대구경북도 테슬라 유치에 적극적인 만큼 국내에서 유치전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구와 포항이 유치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예상됐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 관련 양국 정상은 한국기업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여준다는 방향에 대해 합의한 것도 성과 중 하나다. 기획재정부는 "양국 정상이 IRA, 반도체과학법 관련 우호적인 비즈니스 환경과 예측 가능성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며 "IRA·반도체과학법 인센티브 집행 과정에서 우리 기업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윤 대통령은 방미 기간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바이오·디지털 헬스 등 미국 측 기업 및 단체들과 50건의 MOU를 맺었다. 또 글로벌 영상 콘텐츠 기업과 함께 '글로벌 영상콘텐츠 리더십 포럼'에서 양국의 콘텐츠 산업 교류·투자 활성화 방안을, '한미 클러스터라운드테이블'에선 한미 양국 간의 첨단산업 클러스터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 분야 성과도 있었다. 이공계(STEM)·인문·사회 분야 각 2천23명의 청년들 간 교류를 위해 공동으로 6천만달러 규모 재원 조성에 합의한 게 눈에 띈다. 석·박사 학위·연구과정은 역대 최대 규모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한다.
◆러·중국 외교 돌파구 관심도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로 '친미' 외교 노선이 확실해지면서 반대급부로 러시아와 중국과의 외교 문제는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진 않았지만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향후 대(對)중국·러시아와 관계를 어떻게 관리할지를 놓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방미 기간 중 수차례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양안 관계(중국-대만) 문제 등 글로벌 이슈에서 미국과 노선을 같이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와 중국이 민감해하는 대만 해협 문제는 물론 남중국해 문제도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도 윤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지역 내 규범 기반의 질서를 강화하기 위해 주요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포괄적이고 중층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이 규범 기반의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도 미국과 함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반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은 한미를 향해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잘못되고 위험한 길로 점점 멀리 가지 마라"고 경고했다. 러시아에선 이미 일부 우리 기업의 철수가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대미 외교 방향은 동맹 공조 강화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임은 분명하다"면서도 "한반도 정세의 변화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중·러 외교도 조심스럽게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