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 수근관증후군(손목터널증후군)] 대구가톨릭대병원 채승범 교수
손목 과도한 사용이 원인…손가락까지 저리고 감각 둔화
중년여성에 흔하고 심하면 신경섬유 변성·마비 올 수도
쉬어도 통증 호전 없고 수개월 지속땐 인대 절개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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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일상처럼 만지는 현대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신체 부위는 단연 손이다. 손이나 손목이 저릿하고 욱신거리는 통증이 발생하더라도 일시적인 것으로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가벼운 손목 통증은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찜질하는 것만으로도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통증이 지속되거나 발생 빈도와 정도가 심해지는 느낌을 받는다면 '수근관 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수근관 증후군은 하루아침에 나타나지 않는다. 손을 많이 쓰는 작업을 한 후 손이나 손목에 통증이나 저림 증상이 나타나며 서서히 시작된다. 손 움직임을 줄이고 휴식을 취해야 하지만 사회·경제적 이유 등으로 예방이나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수근관 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0년 13만명으로 집계됐다. 11년 뒤 2021년에는 16만9천384명으로 크게 늘었다. 하루 464명이 병원을 찾는 셈이다.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3배 정도 많고, 40~60대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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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병원 채승범 교수 |
◆여성들에게 흔한 수근관 증후군
40대 여성 환자가 양쪽 무지부터 요측 부위까지 저린감이 지속돼 정형외과 외래를 내원했다. 환자는 수개월 전부터 저린감이 지속됐고, 밤에 손 저림이 간헐적으로 보여 수면에 방해될 정도였다. 우선 보존 치료와 근전도 및 신경전도 검사를 시행했다. 검사에서는 정중신경의 신경 포착 소견이 관찰됐지만, 수술보단 보존 치료를 희망해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와 수근관 스테로이드 주사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증상은 완화됐다. 하지만 추시 관찰 중 환자 증상은 재발 및 악화됐고, 심야 시간 저린감 및 통증이 심화돼 수술 치료를 했다. 최소 절개를 통해 횡수근인대를 절개해 수근관을 감압시켜 준 결과, 환자는 현재까지 잘 지내고 있다.
수근관 증후군은 손목 앞쪽의 작은 통로인 수근관이 좁아지면 여기를 통과하는 정중신경이 눌려서 정중신경 지배 영역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주로 중년 여성에게서 발생 빈도가 높다. 손목을 많이 사용하거나, 비트는 동작을 많이 하는 여성에게 잘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만성 신부전으로 투석을 받는 환자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세심한 주의 필요
수근관의 공간은 횡수근인대에 의해 닫혀 있는 제한적인 공간에 굴곡건과 정중신경이 존재하며 수근관 내 압력이 증가하는 상황이 원인이 된다. 조직 압의 증가는 정중신경으로 가는 혈류 저하를 일으켜 신경섬유의 허혈이 발생하고, 심하면 신경섬유의 변성이 일어나게 된다. 알려진 원인으로는 과사용으로 인한 부종, 부정 유합된 골절, 종양, 외상 등이 있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이나 유발 인자를 확인할 수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잘못된 자세와도 연관이 깊을 수 있다. 바로 손목이 꺾인 상태에서 잠을 자는 경우다. 손목을 자주 굴곡하는 직업, 전동기구 사용 등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 그 외 전신 질환으로 비만, 당뇨병, 갑상샘 질환, 류머티즘 질환에서 발생 빈도가 증가했다고 전해졌다.
환자의 증상은 다양하다. 정중신경이 지배하는 손가락의 저린 감각, 감각 저하 등이 흔하게 나타나며 병이 진행될수록 수면 중 타는 듯한 통증 및 무감각으로 잠에서 깨기도 한다. 또한 정중신경이 지배하는 엄지손가락을 모으는 근육의 변성 시에는 엄지손가락을 모으는 동작에서 움직임의 제한이 생길 수도 있다.
◆진단과 치료
진단은 정형외과 진료를 통해 병력 청취, 신체 진찰 등 이학적 검사로 가능하다. 추가적인 검사로는 근전도 및 신경전도 검사가 유용하다. 초음파로 정중신경의 모습을 관찰해 진단할 수 있다. 감별 진단으로는 목등뼈 부위 디스크나 흉곽출구 증후군 등 신경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과 감별이 필요하다. 동반될 수 있는 방아쇠 증후군이나 다른 신경포착 증후군도 검사가 필요하기도 하다.
치료는 나이, 야간 통증 여부, 근육 위약, 근전도 및 신경전도 검사 등의 결과를 토대로 보존·수술 치료가 가능하다. 우선 보존 치료는 증상이 가볍고, 무지구 근위축이 없는 경우에 부목, 수근관 내 스테로이드 주사,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를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보존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수개월 지속된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수술 방법은 개방적 횡 수근 인대 절개술을 해주는 것인데 피부 절개를 통해 개방적, 내시경적 등으로 시행 가능하다. 수술 결과는 대체로 양호한 것이 일반적이다. 심각한 합병증은 1~2% 이내로 거의 없다. 발생 가능한 합병증으로는 정중신경이나 수지 신경 분지와 수지 굴곡건의 손상, 수술 후 출혈이나 혈종 형성, 감염으로 인해 치유가 약간 지연되는 경우도 있다.
수근관 증후군을 예방하는 확립된 방법은 없으나 △손목을 장시간 사용하는 경우 일정한 간격으로 적당한 휴식을 취하기 △컴퓨터 키보드, 마우스 등을 장기간 사용 시 손목을 받칠 수 있는 도구를 이용해 손목 보호 △손목 젖혀 스트레칭 등의 노력을 한다면 수근관의 압력을 상승시키지 않고, 수근관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된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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