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1년 〈상〉지방시대 어디까지 왔나]
교육-일반자치 통합 공방에 법·제도적 장치 여전히 미비
"정부, 지방 자율적 움직임 힘 실어주면 정치적 반발 줄어
與도 野 탓만 하며 안주 말고 타협 등 실천 의지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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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 오른쪽으로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보인다. 연합뉴스 |
윤석열 정부가 10일로 취임 1주년을 맞으면서 대구경북에서는 아쉬움과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다. 가장 아쉬운 점이라면 국정 목표인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이끌 추동력이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의지는 있다곤 하지만 구상을 현실화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윤석열 정부가 시작되면서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TK 홀대론'은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TK 정치인의 활약에 다시 기대를 걸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다소 위안이 된다. 윤 정부 1주년을 앞두고 '지방시대'가 발목 잡힌 이유와 향후 전망, 그리고 TK 정치권의 위상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진척이 더디다
정부가 지난해 제출한 지방시대위원회설치법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과 지방분권법을 통합한 특별법이다. 정부가 5년 단위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대통령 소속 지방시대위원회를 설치해 국정과제와 지역공약을 총괄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안에는 '기회발전특구' '교육자유특구'의 지정·운영 근거도 담겼다. 기회발전특구는 비수도권 투자 촉진을 위한 것으로 이전 기업에 감세 등의 혜택을 준다. 교육자유특구에선 지역별 맞춤형 공교육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안학교 설립 등 공교육 다양화 시도에 행·재정적 지원이 이뤄진다.
하지만 야당은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통합 조항이 헌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해당 조항이) 헌법상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교육자치의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 "'교육자유특구'라는 선별적이며 개별적인 접근이 공교육 생태계에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띄운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러닝메이트제'는 논란의 단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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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야당 발목잡기' 탓만 해선 안 된다고 꼬집는다.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 하혜수 경북대 교수(행정학과)는 "지방시대 취지에서 '교육'은 핵심적인 사항이지만, (먼저) 시범실시를 통해 성과가 확인되면 전국으로 확대하는 대안도 있다"며 "정치적 절충안을 만들면 될 텐데 정부·여당은 당초 설정한 안을 그대로 관철하려고만 한다. 결국 야당과 협상의 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당이 여지를 주면 숨통이 열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 교수는 또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가 정말로 지방분권 의지가 있다면 지방에서 자율적인 움직임이 있을 때 힘을 실어주면 된다"며 "중앙에서 추진하는 것에는 역반응과 반발이 있을 수 있지만 지방에서 먼저 나서는 것을 정부가 못 살리는 걸 볼 때 전 정부나 현 정부나 큰 의지가 없다고 느끼게 된다"고 했다.
아쉬움의 목소리는 더 있다.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정부가 지방대 지원을 강화하겠다지만 대학 간 경쟁 강화로 가다 보니 수도권 집중이 더 가속화할 거라는 염려가 지방대학 사이에서도 많다"며 "경기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는 것을 두고도 논란이 됐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나는) 줄곧 제2 국무회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국무회의에 내각만 참여하는 것을 넘어 지자체장이 참여하는 회의를 정례화하고 중요한 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망은 이르다
문제점은 많지만 아직 '낙제점'은 아니다. 윤 정부의 남은 임기 4년은 만회하기에 충분한 시간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과 정부는 지자체를 두고 '지방정부'라고 지칭한다. 지방시대에 대한 윤 정부의 확고한 의지 표현인 셈이다. 지역사회에서는 지방시대에 대한 방향성과 콘텐츠는 마련돼 있으니 실현만 하면 된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먼저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가시화가 주목된다. 최근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공식화하면서 대구경북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국토부는 7월까지 공공기관 2차 이전 기본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전 대상 공공기관은 당초 360곳에서 500곳 이상으로 확대된다. 지난 3월에는 대구 달성 화원읍 구라리~옥포읍 간경리 일원 330만㎡(100만평)가 제2 국가산단으로 신규 지정되면서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키웠다.
최근 기재부는 14개 비수도권 시·도의 부단체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활력 제고를 위한 시·도 간담회'를 열고 "지역 활력 제고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에는 과감히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자체가 필요한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지역 특색에 맞는 프로젝트를 스스로 발굴·제안하면, 중앙정부는 지역 사업 선정 관련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지원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오창균 동서미래포럼 대구 상임대표는 "어느 지역에서 살든 똑같이 평등한 사회를 1년 만에 달성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새로운 균형발전·지방분권 관련 정책을 준비하고 있고 실행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포럼에서도 영호남 구성원들이 어느 때보다 의욕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성과를 내려고 노력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지방시대위원회설치법 일부 법 조항에 대해 야당에서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정치적인 이유나 이념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며 "(균발위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줘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1년간 성과는 분명히 있었다.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 구하고, 지방소멸·지방대학·불균형 문제 해결이 정말 중요하다는 인식도 많이 심었다. 균발위도 서울에서 세종으로 옮겼는데, (세종에 소재한) 관계 부처와 활발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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