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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영주 산사태 14개월 여아 사망… 이번 사고는 '예견된 人災'

2023-07-03

수년 전 개발행위 후 '토사' 지속 유출 흔적 발견

"제대로 된 옹벽을 설치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

[단독] 영주 산사태 14개월 여아 사망… 이번 사고는 예견된 人災
30일 오전 4시 43분쯤 경북 영주시 상망동 산사태로 대량의 토사가 주택을 덮치면서 그 안에 있던 14개월 여아가 숨졌다.

"갑자기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벽이 갈라지면서 순식간에 흙더미가 쏟아졌습니다."

경북 영주의 한 주택에서 산사태로 돌을 갓 넘긴 손녀를 잃은 A씨(64)가 이같이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30일 새벽 A씨와 동생, 두 아들의 부부에 그의 자녀들까지 3대가 잠든 사이 벌어진 참극이었다.

A씨는 "벽이 무너지면서 집안에 흙과 물이 계속 쏟아져 들어와 정말 손쓸 방법이 없었습니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큰아들이 무너지는 벽을 온 힘을 다해 막아보려고 했지만, 순간 흙더미가 쏟아지면서 며느리와 손녀가 깔렸다"며 "며느리는 아들이 어떻게든 발버둥 치면서 밀어서 구조했지만, 손녀는…"이라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매몰 사고가 난 주택엔 3대가 모여 함께 살고 있었다. 사고 당시엔 일가족 10명 중 9명이 집 안에 있었다. 이 가운데 둘째 며느리는 임신까지 하고 있었다고 한다.

수십 년 넘게 이곳에 살아오면서 태풍과 장마에도 큰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하루아침에 터전을 잃은 이들은 현재 인근 경로당에서 임시거주하고 있다.

[단독] 영주 산사태 14개월 여아 사망… 이번 사고는 예견된 人災
산사태로 토사가 유입된 경북 영주시 상망동 한 주택 주변 위성 사진. 왼쪽은 현재, 오른쪽은 2020년 전 모습. <네이버·다음 지도 캡처>
이런 가운데 이번 산사태가 예견된 인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몇 년 전만 해도 A씨의 주택 뒷산은 나무가 무성한 산이었지만, 지난 2020년부터 주변에 택지 개발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면서 A씨의 주택 경사지 위에 있던 빈집들은 철거됐고, 무성했던 나무들은 잘려져 나갔다고 한다.

실제 네이버와 다음 지도를 통해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A씨 주택 뒷산에는 상당 부분의 산림이 훼손된 상태였다.

A씨는 "개발도 좋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해 놓아야 했었다"며 "경사지 위에 있는 뒷집이 철거되고 나무가 잘려 나가면서 비만 오면 토사가 흘려내려 임시방편으로 비닐과 그물망을 설치했지만, 제대로 된 옹벽을 설치하지 않은 인재"라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실제 현장에선 토사가 흘러내리지 않은 일부 경사지엔 비닐과 그물망 등이 설치돼 있었다.

시민 조모씨(45·영주동)는 "안전불감증과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어린 생명이 꽃도 못 피어봤다"며 "지자체는 물론 개발행위 관련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영주시 관계자는 "지난 2020년에 이 일대 개발행위허가가 나갔다"며 "하지만, 토사가 흘러내린 주소는 개발행위허가 나간 것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4시 44분쯤 영주시 상망동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75t가량 토사가 산 아래 단독주택을 덮었다. 이 사고로 주택 벽이 붕괴됐고 토사 10여t이 집안으로 밀려들어 왔다. 거주자 10명 중 9명이 대피했으나 14개월 된 여자아이가 매몰됐다. 2시간 3분 만에 구조된 여아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글·사진=손병현기자 w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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