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항일 의병장 왕산 허위 선생 증손자 허 세르게이씨 구미 방문
지난 4월 구미시와 보훈단체, 구미예총 한국 방문 비용 후원금 전달
올해 하반기 결혼 후 한국 정착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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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산 허위 선생의 증손자 허 세르게이씨가 4일 구미의 한 카페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여러 세대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구미시에서 증조할아버지를 잊지 않고 기념관을 포함한 다양한 추모사업을 추진해 진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4일 경북 구미의 한 카페에서 만난 허 세르게이(37) 씨는 증조할아버지에 대한 구미시의 예우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허 씨는 구한말 항일 의병장인 왕산 허위 선생의 증손자다.
하루 전 구미시 임은동에 있는 왕산허위선생기념관을 방문한 소감을 묻자 허 씨는 "기념관에 들어서니 증조할아버지와 저의 끈끈한 연결 고리가 피부로 느껴졌다"라면서 울컥한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허 씨의 구미 방문은 지난 4월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한 김장호 구미시장이 허위 선생의 후손에게 전달한 후원금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위해 이뤄졌다. 그는 10년 만에 구미를 방문했다.
당시 후원금은 지난 3월 허 씨가 여권발급을 위한 고국 방문 경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사>왕산기념사업회, 구미시보훈단체 협의회, 한국예총 구미지회장, 김장호 구미시장의 사비로 마련했다.
허 씨는 한국 여권 신청에 필요한 주민등록증 발급에 소요되는 3주가량 우리나라에 머무르면서 자전거를 타고 조상의 혼이 깃든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돌아볼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 키르기스스탄에서 결혼식을 치르고 부인과 함께 한국에 정착할 계획도 차분하게 설명했다.
비슈케크에서 태어나고 자란 허 씨는 키르기스스탄 러시아대학을 졸업한 뒤 현지에서 IT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있다.
허 씨는 "많은 분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줘 정말 감사하다. 우리의 뿌리와 독립운동 명문가 후손이라는 자긍심을 잊지 않고 살아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장호 시장은 "독립운동가 후손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준 지역단체에 감사하며 구미시에서도 다양한 선양사업을 통해 왕산 허위 선생의 독립 혼이 후대에 길이 기억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왕산 가문은 우당 이회영 선생 가문, 석주 이상룡 선생 가문과 함께 3대에 걸쳐 독립운동에 헌신한 독립운동 3대 명문가로 수많은 항일 운동가를 배출했다.
구미시 임은동에서 태어나 구한말 의병장으로 활동한 왕산 선생은 13도 창의군 군사장으로 활약하다 1908년 10월 21일 서대문형무소에서 1호 사형수로 순국했다. 정부는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허위의 맏형 방산 허훈(애국장)은 허위 선생이 거의 할 때 가지고 있던 토지를 팔아 독립군 자금을 지원했다. 진보 의병장으로 참전했다. 셋째 형 허겸(애국장)은 만주와 노령에서 활발한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무장 독립운동을 위한 군자금 모집 활동에 나선 사촌 허필(건국포장), 허위가 거의 때 참여한 장남 허학(애국장), 임청각 종부이면서 독립군 어머니라고 불린 재종손녀 허은 여사(애족장)도 있다.
글·사진= 박용기기자 ygpark@yeongnam.com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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