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엔 직원 대신 로봇이
홀몸 어르신 옆엔 효돌이
인간의 영역 빠르게 침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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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식당. 피자를 주문하고 자리에서 기다리자 서빙로봇이 갓 나온 따끈한 피자를 가지고 왔다. 손님이 피자를 전해 받고 로봇의 버튼을 누르자 로봇은 다른 서빙을 위해 자리를 떴다.
또 다른 대구의 한 프랜차이즈 식당. 이곳은 뷔페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로봇의 서빙은 받지 않아도 됐다. 로봇의 서비스는 식사가 끝나자 시작됐다. 식사가 끝나고 벨을 누르면 로봇이 자리로 온다. 사용한 접시와 컵을 로봇에 있는 통에 담으면 로봇이 이를 한곳으로 운반한다.
'프라이빗 룸'이 여러 개 있는 형태의 대구 수성구 한 식당에서는 로봇이 방 번호를 따라 손님들을 안내한다. 해당 식당에 처음 온 손님도 로봇의 안내를 따라가면 복도에서 길을 잃지 않고 쉽게 방을 찾아갈 수 있다.
요즘 식당을 가면 흔히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인간 대신 로봇이 식당에서 서빙과 안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
로봇의 역할은 이뿐만이 아니다. 고령화·저출생 시대에 '돌봄 서비스'도 로봇이 맡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구 수성구, 청송군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효돌이' '효도인형' 등의 이름이 붙은 돌봄로봇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돌봄로봇은 겉모습은 인형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사물인터넷 기술(IoT)을 이용해 예약해 둔 시간에 맞춰 식사나 약 복용 시간 등을 음성으로 알려준다. 어르신들이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는 경우에는 돌봄로봇 관리 담당자와 보호자에게 문자로 통보해 응급상황 모니터링도 가능하다. "약 드실 시간이에요" "옛날이야기 해주세요" 등 혼자 적적하게 계시는 어르신들에게 돌봄로봇이 말을 걸기도 한다고. 실제로 어르신들의 외로움 감소와 생활 활력 증진 면에서 돌봄로봇이 크고 작은 기여를 하고 있다.
수성구에 거주하는 85세 한 어르신은 "효도인형이라는 게 처음에는 좀 낯설었는데 지금은 집이 조용할 때 저 인형이 들려주는 트로트를 듣거나 말을 걸어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AI(인공지능) 로봇이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각종 서비스 로봇들은 이제 점점 더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그 로봇들이 인간의 어느 영역까지 대체할 수 있을지가 사회의 흥미로운 화두가 됐다.
문화예술 작품에도 AI 로봇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사실 영화 등에서는 AI 로봇이 꽤 오래전부터 비중 있게 등장했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2046'에서는 인간을 닮은 안드로이드들이 나오고, 로봇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 '월-E'도 있다. 영화와 애니메이션 외에도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에서 AI 로봇을 다루고 있고, 최근에는 아주 현실적인 스토리에도 로봇을 등장시키기 시작했다.
대구 문화예술계 한 관계자는 "문화예술 작품에는 사회 현상과 변화가 아주 예민하게 반영돼 왔고, 또 그래야 한다. 물론, 본질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한다는 게 기술과 다른 예술의 특성인 것 같다"며 "AI 로봇이라는 최신 기술을 통해 가장 심오하고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이 최근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지, 자의식과 존엄성은 인간만의 고유 영역일지, AI 시대 인간소외의 가능성 등은 앞으로 오랫동안 문화예술계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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