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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로에서] K-직장인 김대호가 보여준 창의력

2023-09-27

김대호 아나운서, '대세' 이유

하고싶은 것을 해내는 창의력

꿈이 없다는 학생들 많은 시대

창의력을 학습과 동일시 말고,

행복 느끼는 어른으로 키워야

[동대구로에서] K-직장인 김대호가 보여준 창의력
이효설 사회부 차장

김대호 아나운서의 자족하는 일상이 화제다. 14년 차 직장인의 날것 같은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처음 그를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봤을 때 뭔가 과한 느낌이 들어 불편했다. 중고 다마스를 직접 튜닝한 캠핑카와 비좁은 주택 옥상에서 힘겹게(?) 자행되는 '혼술'을 보면서 '뭐, 저렇게까지 하나' 싶었다. 40대 솔로 직장인의 '발악'을 구경하는 것 같았다. 방송을 같이 보던 남편이 혀를 찼다. 하지만 우리 둘 다 홀린 듯 마지막까지 그의 일상을 시청했다.

압권은 서울 종로구 인왕산 자락, 노후화된 단독주택 마당에 설치한 유아용 풀장에서 홀로 첨벙첨벙 물놀이를 하는 장면. 푸른색 호스를 주방 수도에 연결해 풀장에 물을 채우고, 동남아 어느 풀빌라처럼 색색깔의 과일과 술을 물 위에 둥둥 띄웠다. 다음 순간, 김대호는 어린애처럼 풍덩 뛰어들었고, 물속에서 차가운 캔맥주를 들이켰다. 나는 그가 진심으로 행복해 보여 감탄했다. 알고 보니 풀장은 단돈 몇 만원. 마음먹은 대로 사는 것은 약간의 발품을 파는 노력만 들이면 가능했고, 또 저렴했다.

그를 보며 '창의력'에 대해 생각해봤다. 김대호의 저런 놀이야말로 창의력이 아닐까. 환경 탓하며 하고 싶은 일을 보류하지 않는 것, 오늘 하고 싶은 일을 오늘 하며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창의적인 행위로 여겨졌다. 국민 예능인으로 등극한 전현무를 바짝 긴장시킨다는 호평만큼 그가 요즘 대세로 떠오른 데는 그 창의력이 한몫을 했다. 손재주와 특유의 부지런함은 둘째다.

한 AI 과학자는 얼마 전 라디오에 출연해 "학부모들이 아이의 창의력을 학습과 연결시켜 안타깝다. 창의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질문하는 근저에는 대부분 자녀를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키우겠다는 목적의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창의력이란 거창한 게 아니다. 내가 무엇을 하면 행복한지 정확하게 알고 그걸 실천해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창의력"이라며 일갈했다.

과학자의 말마따나 김대호는 "나는 나를 굉장히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집에서 살면 좋은지 어떤 차를 타면 좋은지 잘 알기 때문에 후회 없이 선택하면서 살아왔다"고 말했다.

요즘 대구 수성구 엄마들의 오픈 채팅방에는 괜찮은 영어유치원을 수소문하는 엄마들이 적잖다. 대부분 영어교육의 품질과 가격대를 묻는데, 한발 더 나아가 창의력까지 따지기도 한다. 어떤 사교육이든 앞에 '창의'가 붙으면 인기는 물론, 가격이 드높다. 유아기부터 사교육 받다가 내 아이가 자칫 창의력이 부족한 어른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엿볼 수 있다.

김대호의 창의력과 학부모들이 믿는 창의력은 분명 괴리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단언할 수 있는 건 창의력까지 장착(?)한 사교육과 공교육을 무리 없이 수행한 학생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꿈이 없다"고 호소한다는 것. 아직 어려서, 준비가 덜 된 만큼 당연한 고백일 수 있겠지만, 간과해선 안 될 신호다. 내 아이를 진정 기쁨을 느낄 줄 아는 행복한 어른으로 키우고 싶다면 말이다.

이효설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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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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