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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제정신이라는 착각, 절대적인 확신은 '진실'일까 '망상'일까

2023-10-06

신경과학·정신의학자 저자

인간 뇌가 데이터에 의지해

세계상 형성하는 과정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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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믿은 것을 진실이라고 믿고 확신한다. '제정신이라는 착각'의 저자는 인간의 뇌에서 벌어지는 일을 탐구하며 확신이 어떻게 생겨나고 유지되는 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사람들이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굳게 믿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사람들의 모습을 어린 시절부터 신기하게 생각했다.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던 그는 자연스럽게 '성서'의 이야기를 믿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만 '신약성서'에 등장하는 기적은 쉽게 믿지를 못했다. 이러한 그의 궁금증에 그의 부모는 "성서는 몇천 년 전에 쓰였고, 당시 사람들은 그 시대에 맞게 사고했으니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되고, 비유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 설명을 듣고 마음이 좀 놓였지만, 여전히 의아했다. 이후 20대가 되어 많은 사람이 성서와 같은 다른 고대 문학의 텍스트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알고 또 그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성서를 굳이 사례로 들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은 자신을 스스로 '이성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사실이 늘 옳고 '팩트'라고 생각한다. 반면 나와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은 틀렸고 '비합리적'이라고 쉽게 결론을 내린다. 그런데 이것이 진짜 그럴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보고 믿고, 진실이라 생각하는 것이 '착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짚어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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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프 슈테르처 지음/ 유영미 옮김/ 김영사/ 384쪽/ 1만8천800원

이 책의 저자는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이자 정신의학자다. 그는 막스플랑크 정신의학연구소와 시각지각연구소 등에서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조현병(정신분열증)'의 지각과정 변화에 관한 선구적인 연구로 학계에서 인정받았다. 그는 우리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평범한 사람들의 뇌 기능에 차이가 없고, 망상적 사고와 정상적 사고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에 주목했다.

이 책은 뇌가 데이터에 의지해 세계상을 형성하는 과정을 추적하고, 확신이 어떻게 생겨나고 기능하는지를 소개한다. 1부에선 인간의 비합리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러시아 마피아가 자신의 휴대폰을 해킹했다고 확신한 존, 뉴욕 지하철에서 제2의 9·11 사건이 일어났다고 느낀 과학자 헬렌, 사위가 계속 자신의 물건을 훔친다고 여긴 노부인 마르가레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를 통해 정상과 비정상, 심리적으로 건강한 상태와 병든 상태가 얼마나 서로 가까운지를 보여준다. 이와 함께 비합리성이 결과적으로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하나의 전략임을 밝힌다.

2부에선 예측 기계로서의 뇌에 대해 들여다본다. 저자는 과학적 사례와 최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왜 인간이 모두 자기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지 그 이유를 이야기한다. 여기서 다뤄지는 '예측 처리 이론(predictive processing)'은 대중 과학서에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내용이다. 신경과학과 철학에서 '현실과 조화를 이루는 환상'을 묘사하는 것으로, 뇌가 생성 모델로 일하며 감각 데이터를 근거로 자신의 예측에 부합되는 데이터를 만들어낸다고 가정하는 뇌 기능 이론이다.

이 책의 저자는 각자의 확신이 모두 가설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각자 자기가 하는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절대적으로 확실한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다른 관점에 대해 열린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태도는 다원화된 사회에서 서로 도우며 평화롭게 공존하는 데 중요한 전제라고 본다. 이 책에서 보여줄 관점이 우리가 모두 열린 태도로 타인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게끔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게 저자의 바람이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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