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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타임] 짧은 유학길에 올랐던 이유

2023-10-06

고민 끝에 오른 타지 출장길

고생도 했으나 얻은 것 많아

공연 제작 시스템 작은 공부

대구 안에서 말하는 것만큼

대구 밖에서 보는 것도 중요

[하프타임] 짧은 유학길에 올랐던 이유
노진실 문화부 선임기자

얼마 전 타지 출장을 다녀온 일이 있다. A창작 공연의 제작발표회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기획 기사 마감 등 할 일이 쌓여있을 때라서 잠시라도 시간을 내기가 힘들었다. 마지막까지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다 결국 기차에 탔다. 가뜩이나 고질병인 비염이 도져 밤에 잠도 몇 시간 못 잔 상태였다. 동대구역에서 아침 일찍 기차에 올라 노트북을 켜니 속이 울렁거렸다. 이거 괜히 가겠다고 한 건가? 잠시 후회도 밀려왔다.

제작발표회 장소에 도착해 행사를 보면서 내 걸음이 헛된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무리해서라도 올 이유가 있었다. 기자가 멀리까지 취재를 하러 간 것은 그 공연 때문만은 아니었다. A공연에 대단한 애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A공연이 어떤 시스템하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제작되고 있는지 말이다. 그 정도 창작 공연은 어느 선까지 제작과정 등을 외부에 공개하고, 제작 일정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제작발표회를 통해 공연 전 미리 제작 전반과 공연 내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타지의 문화 담당 기자들은 어떤 것을 질문하고, 어떤 문제를 지적하는지…. 나는 간절히 공부가 필요했다. 행사장의 1분, 1초도 놓치기 싫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기자는 대구에서 제작되는 B창작 공연에 대해 취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B공연이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루트로 제작이 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다방면으로 공부를 해야 했다. 공부의 영역에는 서적이나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한 것들 외에도 현장에서 기자가 직접 보고 느끼는 것도 포함됐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있지 않나. A공연이 정답이라는 것이 아니라, B공연을 '바로 바라보기 위해선' A공연의 제작 시스템도 참조할 필요가 있었다.

대구에서 일간지 기자 생활을 한 지 10년이 넘었다. 지역의 특정 영역·사안에 천착해 돋보기를 들이대는 것은 지역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가끔 내가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늘 따라다닌다. 대구 안의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오직 대구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의 폭을 좁혀가는 건 아닌가. 또 대구 안의 '정서법'으로 인해 사안을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더 무뎌진 것은 아닌가. 그래서 휴가 때면 국내든 국외든 많이 다녔다. 물론, 지난 몇 년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힘든 일이 됐지만. 어쨌든 월급의 많은 부분을 투자한 그 여행들에서 '대구 안에선 당연한 것들이 외지에선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출장지에서 돌아온 뒤 동료 기자에게 "유학 잘 다녀왔다"고 인사말을 했다. 그때 출장길에 오르지 않았다면 미처 몰랐을 부분도 알게 됐고, 사안을 바라보는 시선도 좀 더 넓어지게 된 것이다. 많은 자료를 습득한 것은 물론이다. B공연에 대한 나의 판단에도 좀 더 자신감이 생겼다. 그 짧은 출장은 기자에게 하나라도 더 배워오는 소중한 유학의 기회였다.

대구 안에서 대구를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구 밖에서 대구를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긴 짧은 유학길이었다.

노진실 문화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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