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92세…미술계 추모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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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박서보 화백의 대구 전시회 당시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할 때의 모습이다. 영남일보DB |
박서보 화백이 14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193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박 화백은 국내외에서 수많은 개인전을 연 것은 물론 미국 뉴욕현대미술관과 구겐하임미술관,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 일본 도쿄도 현대미술관,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홍콩 M+미술관 등에서 고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박 화백은 '한국 단색화의 선구자'라고 불려왔다.
그는 한국미술계에서 여러 의미있는 작업을 보여준 작가다. 한국현대미술의 태동과 변화의 중심을 이끄는 다양한 작업을 펼쳐왔으며, 1967년 첫 선을 보인 '묘법(描法)' 연작을 이어가면서 그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다.
묘법 연작 속에서도 다양한 작가적 변신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은 곧 자연의 색을 작품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었다.
생전 모교인 홍익대에서 후학을 양성했으며 홍익대 미대 학장과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등을 지냈다.
국민훈장 석류장과 옥관문화훈장, 은관문화훈장, 금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그는 생전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의 그림이 캔버스에 작가의 생각을 토해내는 방식이었다면, 21세기에는 캔버스가 감상자들의 고민을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신의 작품이 보여주는) 담담한 형태와 빛깔을 보고 있으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의 번잡함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화백은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까지도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활발한 소통을 해왔다. 자신의 암 판정 및 투병에 관한 내용도 담담하게 올렸다.
그는 지난 2월 SNS에 폐암 판정 사실을 알리며 "내 나이 아흔 둘, 당장 죽어도 장수했다는 소리를 들을 텐데 선물처럼 주어진 시간이라 생각한다. 작업에 전념하며 더 의미있게 시간을 보낼 것이다"라고 썼다.
이어 "요즘 많이 걸으며 운동하는 것은 더 오래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좀 더 그리기 위한 것이다. 사는 것은 충분했는데, 아직 그리고 싶은 것들이 남았다. 그 시간만큼은 알뜰하게 살아보련다…나는 캔버스에 한 줄이라도 더 긋고 싶다"라고 했다.
지난 9월 고인의 마지막 SNS 글에는 이같이 적혀 있다. "하루 사이 바람의 결이 바뀌었다. 가을인가. 바닷 바위에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도 사뭇 차가워지고. 내년에도 이 바람에 귀 기울일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해당 게시글 밑으로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많은 애도의 글이 이어졌다.
유족으로는 부인 윤명숙 씨를 비롯해 2남 1녀가 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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