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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의 계절입니다. 영남일보도 지난주 신춘문예 작품 공모 공지를 띄웠습니다. 특히 2024년도부터는 기존의 '영남일보 문학상'을 '영남일보 신춘문예'로 이름을 바꾸고 역량 있는 신인 발굴에 나섭니다. 공지가 나간 후 며칠 만에 등단을 꿈꾸는 문청(文靑)들의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옵니다. 벌써 여러 편의 작품이 등기우편으로 접수되고 있습니다. 연일 전화 문의도 끊이지 않습니다. 신춘문예의 열기가 여실히 느껴지는 계절입니다.
우리나라 신춘문예의 역사는 100년이 훌쩍 넘습니다. 1945년 창간한 영남일보는 1960년부터 신춘문예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1980년 신군부의 언론 통폐합 조치로 영남일보가 강제폐간되면서 신춘문예도 오랜 동면에 듭니다. 1989년 복간 이후 1991년 '영일문학상'으로 다시 시작해 1997년 공모를 앞두고 '영남일보 문학상'으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영남일보 신춘문예는 오래 역사만큼 문단의 새 지평을 열고 있습니다. 특히 영남일보 신춘문예 출신 작가들의 '등단 이후 행보'가 돋보입니다. 올 들어서만 권위 있는 문학상 수상과 출간 소식을 잇달아 전해왔습니다.
2017년 시 부문에 당선된 김한규 시인은 올 초 '제5회 박상륭상'을 수상했습니다. 포항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설가 김살로메 작가도 기쁜 소식을 전했습니다. 2004년 영남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 작가는 올해 3월 제13회 천강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지난달에는 2010년 시 부문 당선자 하기정 시인이 제4회 선경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출간 소식도 잇따랐습니다. 하기정 시인은 올 초 '고양이와 걷자'를 펴냈고 2011년 당선자 변희수 시인도 세 번째 시집 '시민의 기분'을 내놓았습니다. 하 시인의 선경문학상 수상시집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는 곧 발간될 예정입니다. 1976년 시 부문 당선자 김재진 시인은 6년 만에 신작 시집 '헤어지기 좋은 시간'을 펴냈습니다. 김 시인은 영남일보 신춘문예를 시작으로 199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같은 해 작가세계 신인상에 중편소설이 당선되며 문단을 놀라게 한 작가입니다.
2014년 소설 부문 당선자 박지음 작가는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불행한 사건들을 직시한 두 번째 소설집 '관계의 온도'를 펴냈습니다. 2006년 시 부문에 당선된 김성철 시인은 두 번째 시집 '풀밭이라는 말에서 달 내음이 난다'를 출간했고, 1997년 당선자 이은림 시인도 세 번째 시집 '밤이라 불러서 미안해'를 펴냈습니다.
무엇보다 교도소 복역 중에 당선되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한이로 시인(2023년도 시 부문 당선)이 영남일보 신춘문예 등단 후 신작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에 나섰습니다. 올 들어서만 시 전문지 3곳에 신작 14편을 발표하며 장기복역수가 아닌 어엿한 시인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신춘문예는 등단 이후가 중요합니다. 문단에 나온 후 작품활동을 이어가지 못하고 '소리 없이 사라지는 작가'들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영남일보 신춘문예 출신 작가들의 행보는 매우 고무적입니다. 영남일보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산실'로 자리매김한 증거이기도 합니다.
신춘문예의 계절입니다. 영남일보와 함께 문단에 새바람을 일으킬 역량 있는 신인작가를 기다립니다. 마감은 12월5일까지입니다.
백승운 문화부장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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