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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소 잃고 외양간 고치나

2023-11-09

[취재수첩] 소 잃고 외양간 고치나
손병현기자〈경북부〉

수백 년간 한 자리를 지켰던 국보급 소나무가 민간 조경 업체에 팔려 반출되면서 경북 영주시 순흥면의 한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지난달 24일 오후 순흥면 내죽리 순흥향교 인근에 심겨 있던 수령 160~300년으로 추정되는 바느레 소나무(반송)가 분을 뜬 뒤 대형 트럭에 실렸다.

이 소식을 접한 마을 주민들과 영주시청 공무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등이 반출을 막아서면서 이 소나무는 순흥향교 인근 공터에 분을 뜬 채 내려졌다. 그리고 사흘 뒤인 지난달 27일 밤, 결국 소나무는 대형트럭에 실려 마을을 떠났다.

바느레 소나무는 밖에서 보면 초가지붕을 연상하게 하고, 안으로 들어가 보면 뒤틀린 나뭇가지로 오랜 시간을 버텨낸 덕분에 일반 소나무보다 수세가 훨씬 화려한 점이 특징이다.

이 아름다움을 카메라 앵글에 담고 남기기 위해 매년 수많은 사진작가가 찾는 등 지역에서는 보존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는 소나무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소나무와 관련된 설화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하지만 문중 소유의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팔려나가 버렸다. 물론 지자체가 사유재산을 침해할 수 없다. 하지만 공공의 명분, 지역의 문화와 역사적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면 다르다.

영주시는 뒤늦게 제대로 신고되지 않은 '무단 반출'로 보고 관계자들을 수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앞서 이번 사태를 막을 기회는 두 번이나 있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부터 이 소나무가 '6억원'에 매각됐다는 소문이 돌았는데도 불구하고 시는 이곳에 창고를 짓겠다는 산지 전용 신고를 받으면서 '소나무의 기존 위치에서 50m 내에 옮겨 심겠다'는 계획서만 믿고 신고를 받아줬다.

또 소나무를 반출할 수 있는 결정적인 근거인 '소나무 생산확인표'까지 발급해주면서 사실상 반출을 허가해준 꼴이 됐다. 생산확인표에는 수요처가 서울시 서초구로 명확하게 명시돼 있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법적 대응을 한다고 해도 떠나간 국보급 소나무는 다시 돌아올 리 없다. 결국, 영주시의 안일하고 미숙한 행정으로 지역의 소중한 자산을 잃어버린 상황이 됐다.

영주시는 지금이라도 지역의 소중한 문화와 역사적 가치를 지닌 것들을 미리 파악해 보존하고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손병현기자〈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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