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월 전국 빌라 매매거래량 작년 대비 41.5% 감소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빌라 비중도 크게 꺾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그간 서민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온 빌라가 '수난시대'를 맞고 있다. 다세대·다가구를 중심으로 한 전세사기와 역전세난으로 빌라 기피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1~9월 전국의 빌라 매매 거래량은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13일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 '부동산거래현황' 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빌라(다가구·다세대·연립) 매매거래량은 6만9천417호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1.5% 감소했다.
매년 1∼9월 기준으로 이 같은 거래량은 2006년 부동산거래통계(주택) 작성이 시작된 이후 최저치다.
빌라 거래량은 2021년 1∼9월 18만8천561호였으나, 지난해 11만8천664호, 올해 6만9천417호로 급감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연간 빌라 매매 거래량이 처음으로 10만건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 주택 전경. 영남일보 DB |
전세사기와 역전세난 여파로 빌라가 공급자와 매수자, 임차인이 모두 기피하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전셋값이 공시가격의 126% 이하일 때만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요건을 강화했는데, 이에 따라 낮춰야 하는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어난 것도 빌라 기피 현상의 요인이 되고 있다.
반면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늘었다. 올해 1∼9월 31만6천603건이 거래돼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0% 증가했다. 아파트 매매 거래 증가로 이 기간 전체 주택 거래량은 작년 동기보다 소폭 (1.4%) 증가한 42만804호였다.
전문가들은 전세금을 제대로 돌려받기 위한 안전장치가 없는 이상 전세 수요자들이 아파트로 몰리는 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임차인 안전장치 강화를 위해선 경매 때 임대보증금의 배당 순위가 국세·지방세보다 앞서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경매 때는 기본적으로 △경매 비용 △소액임차인의 최우선변제금과 최우선 임금채권 △국세·지방세 △임차보증금 순으로 배당이 이뤄진다.
전세사기 피해 방지책의 일환으로 올해 4월1일 이후 국세, 5월4일 이후 지방세부터는 확정일자보다 늦게 발생한 세금에 한해서는 세금보다 전세금을 먼저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국세, 지방세의 법정기일이 확정일자 이전이라면 보호받기 어렵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선순위 권리가 있는 빌라는 전세계약을 막고, 선순위 권리나 근저당권이 없는 빌라에는 매매가의 일정 비율 이상은 전세금으로 받을 수 없도록 캡을 씌우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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