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고등부 최우수상(경북도교육감상) 수상자 이동혁(경북 구미 형남중 2년) |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과연 뒤에 올 말이 무엇일까? 제목을 본 순간 뒷말이 궁금해서 내 손길을 뻗게 한 책이다. 소설의 시점은 1인칭. '우리'로 시작을 하여, 이야기를 전달해 주는 서술자가 주인공인지, 제3의 인물을 관찰하여 전달하는 것인지 나도 모르게 국어 공부하듯 시점을 확인하면서 읽어갔다.
'우리'와 '아저씨'그리고 '저수지'뭔지 모를 불길함과 알 수 없는 내용 전달이 내 호기심을 더 자극했고 '아, 이 책 한 권은 지루해 하지 않고 다 읽을 수 있겠다.'라는 안도감을 가지며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어 갔다. '우리'의 주인공들은 김해주와 정해록. 같은 반이자 서로 사귀는 사이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서술자는 김해주 입장이었고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저수지. 그리고 그 사건에서 사라진 실종자 정해록에 이어 벗어놓은 운동화를 보고 신고한 사람이 불법 낚시를 하던 '아저씨'였다. 경찰이 해주를 찾아 왔고 범죄 사건으로 해주를 떠 보는 경찰에게 해주는 '이건 사랑 이야기예요'라고 말하며 한 맥락이 끝났다.
사랑 이야기라는 말에 내가 생각한 제목 뒤에 올 말을 붙여 보았다.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사랑해.' 맥락이 끝날 때 마다 다른 말이 붙을 것 같은 재미있는 상상에 속도를 내어 읽었다. 두 번째 맥락은 경찰이 '저수지'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물음에 해주는 그동안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를 먼저 물어봐야 된다며 경찰에게 일침을 날리며 끝이 났다. 이로써 해주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해주와 해록이의 만남에서 사귀는 과정, 연인 사이의 스토리들을 읽으며, 단 하나의 단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가스라이팅'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찐 사랑이라 믿었다.' 경찰에게 들려주는 해주의 이야기는 딱 봐도 가스라이팅 밖에 되지 않았다. 그 단어가 점점 진실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을 때 책에서도 데이트 폭력 및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경찰 입에서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할 수 없는 해록의 행동들이 같은 남자지만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고 "그건 범죄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친구들끼리 급을 메기고 '인싸'가 되기 위해 여친의 외모를 조종하고, 늘 협박과 '별로'와 같은 말을 반복하여 정신을 조종하는 해록이는 찐 사랑이 아닌 예지 말대로 인형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문득 나의 1학년 때 일이 생각난다. 중학생이 되고 모든 게 낯설고 초등학교와 다른 환경에 적응해야 되는 나는 쉽지 않은 날들이었다. 내성적이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이라 어색한 분위기도 모르는 친구들 사이에서 적응해야 되는 상황도 다 스트레스였다. 그렇게 조금씩 적응할 쯤 한 여학생이 나에게 다가왔다. 솔직히 나 역시 그 여학생이 싫지 않았고 조금의 관심이 있었기에 사귀자고 했을 때 그러자고 했었다. 하지만 얼마 못가 헤어졌다. 난 그 헤어짐도 아무렇지 않았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여자들이 나같은 남자를 그리 좋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여자친구보다 동성 친구가 우선이고 함께 게임하고 노는 것이 데이트 보다 더 좋았다. 전화 통화는 자주 했지만 게임 중일 때는 통화나 톡도 무시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나의 이런 무관심이 이별의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해주와 해록이의 모습과 비교해 보았다. 왜 여자친구의 옷과 인스타그램을 관리해야 했는지, 여자친구 친구들의 급에 맞도록 관계를 정리하게 만든다는 사실이 나로서는 단 1%도 이해가지 않는 행동들이었다. 같은 남자로서 찌질함 그 자체라고 보아졌다. 나의 연애 방식도 잘못되었지만 해해커플의 연애 방식에는 우리 사회에서 심각하게 여기는 문제덩어리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팩트라 느껴졌고, 이 책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라 말하고 싶다.
난 해록이의 잘 못된 연애와 가스라이팅의 피해자로 안쓰럽게 여기는 해주를 불쌍하고 한편으로는 한심하게 여기며 읽었는데, 마지막 반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지막 반전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제목.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용했어.' 경찰에게 들려주는 해해커플의 이야기는 나도 속아 넘어 갈 만큼 해주의 입장에서 각색 된 거짓 스토리였다. 처음엔 정말 해주와 해록이의 사랑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주변 가족, 선생님, 친구 그리고 해록이가 들려준 이야기와 전혀 다른 스토리를 해주는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허탈'하다고 해야 할까? '설마'라고 의구심을 던져야 할까? 반전이 주는 묘미도 있지만 '이제와서?' 이 모든 이야기가 다 해주가 꾸며낸 이야기라고? 난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에 진심이었고, 재미있게 내 일처럼 읽어 왔기에 갑자기 다가오는 반전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와~ 반전~ 대단한데~'로만 끝낼 수 없었다.
아무튼 나의 감정은 그렇다 치고 처음 '저수지'에서 신고를 했던 그 '아저씨'옆에는 다른 한사람이 더 있었다고 했다. 바로 실종된 해록이었다. 해주가 죽겠다는 쇼를 벌이며 물로 들어가고 절묘한 타이밍에 발을 헛디뎌 허우적 거리며 죽어가는 모습을 연출하게 된 해주를 뒤로 하고 도망가는 해록이로 기억하는 해주의 이야기는 내가 상상하지 못한 결말이었다. 도망간 것이 아닌 도움을 요청하러 갔던 해록이. 가스라이팅을 한 것은 해록이가 아닌 바로 모함으로 사랑을 갈구한 해주의 소름돋는 의도된 가스라이팅이었다.
"널 믿는 사람은 나 밖에 없어."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내거로 만들거야.' 해주는 해록이를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사람으로 조종하여 '죽음'까지도 너를 범인으로 만들거야를 시전하고 해록이 스스로 두려움에 몸을 숨겨 실종자로 만들고 이야기는 끝이 났다.
마지막 이야기가 여운을 남겨야 하는데, 왜 나에게는 허무함만 남는 것일까? 같은 남자로 해록이를 욕했던 순간이 미안해지고, 갑자기 앞으로 여자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라는 의심을 갖는 결말이다. 뒷말이 궁금했던 나로써는 여러 뒷말을 넣어 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뒷말은 없다.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뒷말을 보며 긍정이고 싶은 욕구가 더 커서인지 나 역시 뒷말을 넣을 수가 없다. 왜 작가가 뒷말을 숨긴 제목을 넣었는지 알거 같다. 뒷말을 채우기 위해 상상하며 읽었고, 지금은 채울 수 없는 뒷말에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느껴보며, 다시 한번 '가스라이팅'에 대한 무서움을 깨달음으로 만족하려 한다.

임훈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