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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부 최우수상(대구시교육감상) 수상자 이승연(대구 복현초등 6년). |
노든은 그냥 평범한 코뿔소였다. 하지만 귀하다는 이유로 노든의 아내, 딸 그리고 제일 친했던 친구의 뿔이 잘려 나가고 죽어버렸다. 비록 우리 말을 못하는 동물이지만 노든이 사람이었다면 세상이 끝난 듯한 감정을 짊어지고 펑펑 울었을 것 같다 노든의 슬픔에도 원인이 있다. 밀렵꾼, 바로 사람. 저번에 어떤 동영상에서 봤는데, 늙은 사자가 벽, 바닥 모두가 콘크리트로 막힌 우리에서 기침을 하며 단 하나밖에 없는 자그마한 창문을 보면서 살아가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조금 충격적이었지만, 다른 동물들도 사자와 비슷한 우리에 갇혀 살아가는 것을 보고 더 많은 충격을 받았다. 다행히도 그 사자는 다른 동물원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노든의 인생도 좋게 지나갔다면 좋을텐데...
치쿠와 윔보는 훌륭한 아빠인 것 같다. 전쟁에서 알이 살 수 있었던 이유가 윔보가 기둥에 깔렸을 때 알을 꼭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윔보는 자기의 목숨보다 알이 더 소중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알을 살렸을 거라 생각한다. 또 치쿠는 동물원을 도망쳐 나올 때 알을 바구니에 넣어 나왔는데, 그 이유가 알을 부화하게 하고 싶은 치쿠의 의지가 아닐까?
치쿠가 죽은 걸 깨달은 노든은 치쿠와 윔보의 소원이었던 아기 펭귄을 바다에 데려다주기 위해 알을 꼭 껴안아 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또 알이 부화하자 바다를 향해 떠났다. 초원을 지나, 정글을 지나, 사막을 지나 드디어 아기 펭귄은 바다에 도착했다. 아기 펭귄은 노든과 같이 지내고 싶었지만 노든은 코뿔소는 코뿔소의 바다에 있어야 된다고 했고, 펭귄은 펭귄의 바다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마도 그 아기 펭귄은 지금쯤 남극에 찾아가 가정을 꾸리고 어엿한 어른 펭귄이 되어 있을 것 같다.
노든의 가족, 친구를 죽인 장본인은 바로 사람들이다. 오직 돈 때문에 코뿔소를 죽인 것이다. 생명이 돈 보다 더 중요할까? 사람들은 보통 돈보다는 사람의 생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일 것 같다. 하지만 돈보다 동물의 생명일까 아니면 반대일까?
긴긴밤은 밤이 길고 길다는 뜻 같은데, 즉 빛이 보이지 않고 어둠만 보이는 것이다. 책 제목인 '긴긴밤'은 동물들의 삶을 빗대어 쓴 것 같다. 특히 동물원에 갇혀 자유를 얻지 못하는 동물들. 동물원에 오는 사람들에게는 동물원의 동물들이 귀엽고, 예쁘고, 멋진 모습일지 몰라도 그 이면은 아무도 모른다. 이제 모든 동물들이 긴긴밤을 견뎌내고 긴긴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를 찾았으면 좋겠다.
'긴긴밤'의 마지막 장을 보면 아기 펭귄이 자신의 고향, 남극을 찾아가 다른 펭귄 무리들과 함께 있는 걸 볼 수 있다. 게다가 그 아기 펭귄은 활짝 웃고 있었는데 무지 행복해 보였다. 아기 펭귄이 웃고 있으니 나도 조금 기뻤다. 비록 죽었을지 살아 있을지 모르지만 노든이 아기 펭귄의 웃음을 보면 좋겠다. 아기 펭귄을 한 번 본 나도 조금 기쁠 정도인데 아기 펭귄이 태어날 때부터 지켜봐 온 노든은 나보다 몇십 배는 기쁘지 않을까?
노든은 어머니처럼 섬세하게 아기 펭귄을 돌봐왔다. 그리고 아기 펭귄을 바다에 데려다주려는 의지도 강하다. 노든의 희생적인 성격을 보면 노든에게 배울 점도 찾을 수 있다. 첫 번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 있는 성격이다. 노든이 만약 포기를 했었다면 이미 행복과 자유를 잃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아기 펭귄의 삶이 시작된 대가가 찾아온 것 같다. 그리고 두 번째는 소원을 이루기 위한 의지이다. 치쿠와 윔보의 평생소원이었던 '아빠 되기'를 지켜준 아주아주 힘들었지만, 아기 펭귄을 지켜서 기쁨과 뿌듯함이 생겼을 것이다. 노든이 치쿠와 윔보의 소원을 지켰기에 치쿠, 윔보 그리고 아기 펭귄의 행복을 지킬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동물의 시선으로 본 현실 세상을 볼 수 있는 책이다. 그로써 동물들을 바라보던 우리들의 즐거움이 인간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생명을 지키고 소중하게 여기는 노든에게 배울 점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간 아기 펭귄이 더 이상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받지 않고 사는 동안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다. 아마 노든도 이걸 원하지 않을까?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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