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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로에서] 수능 변별력이 뭐길래?

2023-12-06

수능, 상위 1~2% 변별력 천착
공정성보다 줄세우기 중시
변별력은 최소한 갖추되
대학에 인재 선발권 주고
교육부는 입시부정 관리를

[동대구로에서] 수능 변별력이 뭐길래?
이효설 사회부 차장

수능이 최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 확보에만 천착해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하고 있다. 정문성 2024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장은 "킬러문항을 배제하면서도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자평했다. 변별력(辨別力)이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에는 '어려운 것과 쉬운 것을 가리는 능력'이라 적혀 있다. 하지만 수능에서 변별력이란 한마디로 '공부 잘하는 소수를 가려내는 것'이다.

수능 만점자가 30분 걸려 풀었다는 '킬러문항'의 탄생 배경도 최상위권 학생을 변별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 이번에 정부에서 킬러문항을 배제한다고 발표하자 한 베테랑 고교 교사는 "킬러문항이 빠져도 관심 가질 학생은 거의 없다. 그 문제를 푸는 1~2% 학생들만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물론, 킬러가 빠진 올해 수능은 준고난도 문항 수가 늘어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왜 까다롭게 출제했을까. 시험이 쉬워지면 변별력 확보에 실패하고, 그건 수능의 실패다. 쉬울 것으로 기대했던 수많은 수험생이 낭패를 봤다.

그렇다면 교육부는 왜 수능 변별력에 집착하는가. 수능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는 게 제일 쉽기 때문이다. 모든 학생을 객관적 점수로 줄 세우는 방식은 일면 공정한 과정으로 이해되지만, 교육부의 속내는 그게 아닌 것 같다. 올해도 서울 주요 대학들은 일제히 수능 비중을 더 높였다. 성적 우수자를 확보한다는 명분이지만 이렇게 하면 소득 높은 강남, 수성구 지역 학생들의 의대, 서울대 합격률이 높아진다.

변별력은 교육평가에서 그렇게 중요한 요건이 아닌 것으로 교육학은 규정한다. 물론, 최소한의 변별력은 전제돼야 하지만, 공교육의 목표가 잘하는 소수를 가려내는 것이 아니잖은가.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이 공교육이다. 교육평가에서 정말로 중요한 요건은 '학습 목표가 제대로 평가됐느냐' 하는 타당성이다.

하지만 수능은 타당성 면에서 낙제다. 주범은 사교육 업자들. 문제의 유형을 암기하고 스피드를 올리는 기술을 주입시켜야 수능에서 성공한다며 학생과 학부모를 통째 세뇌시켰다. 학생들은 출제 가능한 어려운 문항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면서 소위 '문제 풀이 기술의 달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반면, 이들의 수학능력을 측정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장담할 수 없다.

세계적 교육 강국 핀란드에는 명문 대학 개념이 없다. 서열이 없다. 5~6년 전 현지에서 만난 한 한국인 남성은 "초등 6년을 같이 다닌 아이들은 졸업할 때까지 친구가 공부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전혀 모른다"고 자랑하듯 말했다. 부러웠다.

AI 교사가 교실에 등장하는 이 시대에 입시를 바꾸는 방법은 오직 대학에 선발권을 주는 것이다. 대학의 특성에 맞게 필요한 인재를 자신들이 갖춘 평가시스템으로 뽑도록 하자는 것이다. 2025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교육과정을 다양화하는 한편, 각 대학이 학생부를 보고 지망학과에 필요한 교과목 이수와 내신 점수로 평가하면 된다. 이렇게만 돼도 입시 경쟁으로 숨이 막히는 고교 교실에 숨통이 틀 것이란 얘기다.

수능을 자격고사화하자. 창의력, 수리능력을 기치로 내세웠던 수능이 어언 30년 세월을 통과했지만 수능 때만 되면 각계가 입을 모은다. 정부는 사교육 카르텔을 이참에 근절하고, 선발 자율권을 대학에 넘기되 입시 부정이 발생하지 않도록 엄밀하게 관리해야 한다.이효설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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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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