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욱현 |
1994년 여름에 태어났습니다. 기록적인 폭염이 있었답니다. 그래서 몸에 열이 많았을까요. 저는 비 오는 날이 좋았습니다. 비 오는 날 창가에 서서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것이 시를 쓰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제 마음이 화창한 날에는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저는 시 쓰기를 곧잘 멈추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시인이 되었습니다.
무엇이 바뀌었나 생각해봅니다. 열심히 하루를 펼치고, 활자를 따르며 시를 날립니다. 아직도 제 시는 방향을 가늠할 수 없고, 한순간 추락하기도 하고, 쉽게 젖습니다. 그럼에도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하릴없이 땅을 찍는 머리보다 손끝을 떠나는 비행의 순간을 감각할 수 있다는 게 다행입니다. 이제 저의 궤적에도 의미가 생겼습니다. 계속할 겁니다. 저의 기록이 우리가 되는 순간이 찾아왔으니까요.
부름에 답하겠습니다. 저를 호명해주신 시인님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단국대학교 교수님들, 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수많은 친구, 동료, 작가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당신들의 그늘 아래에서 싹트고 피어나 여물어간다는 사실을 잊지 않겠습니다.
예술은 연결되어 있음을 선명히 느낍니다. 시는 동화와, 동화는 시와 닮았습니다. 제가 누나와 닮은 것처럼. 어머니와 아버지와 닮은 것처럼요. 친구와, 동료와, 스승과 닮아가는 것처럼 그렇게 당신과도 닮아가고 싶습니다.
△29세 △1994년 밀양 출생 △2021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2022 대산창작기금 동화부문 수혜△천안역 인근 책방 악어새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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