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0일 영남일보 회의실에서 열린 영남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본심에서 심사를 맡은 권지예(왼쪽)·방현석 소설가가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
최종심에 넘어온 작품은 '사랑하는 가족 드림' '부진정부작위법' '번트 엄버' '존과 트리니티 클럽' '창백한 풍경' '안녕한 하루' '플라이웨이 파프리카' '코타키나발루의 봄'이었다. 여덟 편의 작품에서 가장 잘 다듬어진 작품은 '창백한 풍경'과 '안녕한 하루'였다.
'안녕한 하루'는 위기에 처한 부부의 섬세한 심리와 구체적 상황 묘사가 돋보였다. '창백한 풍경'은 학교 폭력을 모티프로 삼아 오늘날 우리의 가정과 학교가 처한 '창백한 풍경'을 잘 그려냈다. 이 두 작품이 흠잡을 곳이 가장 적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동시에 신인으로 보여주어야 작가로서의 개성적인 세계와 방법이 희미하다는 사실에도 의견이 일치했다.
'플라이웨이 파프리카'와 '코타키나발루의 봄'은 다소 거칠었지만,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방법과 힘이 뛰어났다. 익룡을 닮은 멸종위기종 '넓적부리 황새'를 키우는 한 남자와 창을 마주한 이웃인 다른 한 남자의 이야기는 사랑과 이별에 관한 알레고리로 읽혔다. 새를 너무도 사랑한 남자와 사라진 애인을 그리워하는 남자가 함께 보여주는 것은 애정을 기울이는 일과 애정이 받아들여지는 일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다. 소재의 독창성과 이야기를 구성하는 능력이 돋보였다. 하지만 애인이 만든 영화와 새의 이야기가 서로 알레고리의 의미망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지 않아 작위적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코타키나발루의 봄'은 공항에서 지내며 5분에 천원을 받고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직업이 된 젊은이와 그의 고객인 노인들의 이야기다. 원래 휴대폰 이용 서비스 콜센터의 베스트 상담사였던 '나'는 이제 나의 새 고객인 배춘자씨에게 묻는다. 비행기, 타보셨나요?
'나'는 날마다 공항에 오는 배춘자씨의 옆집 사람 배선봉씨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못 탄 게 아니라 안 탔다고 대답하는 노인들과 '나'의 대화만큼이나 이 소설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사뭇 낯설고 엉뚱하다. 우리는 우리 시대의 노인과 젊은이들의 문제를 이렇게 하나의 서사 안에 쓸어 담는 작가의 뛰어난 힘과 개성이 이 소설이 지닌 다른 여러 허점을 충분히 상쇄할 만큼 중요한 가능성이라고 판단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아쉽게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게 된 응모자들에게도 응원을 보낸다.
본심 심사위원 권지예·방현석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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