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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영남일보 신춘문예] 이수정 작가 수상 소감 "앞으로 내가 쉼 없이 부를 이름들"

2024-01-02

[2024 영남일보 신춘문예] 이수정 작가 수상 소감 앞으로 내가 쉼 없이 부를 이름들
이수정

소설을 습작하는 어느 지점에서 숙명처럼 깨달아진 게 있다. 소설의 인물은 내가 만들어 내는 게 아니고, 또 소설의 인물을 전적으로 허구라고 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는…. 적어도 내 경우는 그랬다. 내 소설 속 인물들은 내 안에서 소리 죽여 살고 있지 않았나 싶다. 소설 속 인물을 내가 창조했다면 그 인물에 내 마음부터 앞질러 동요되는, 정말 그럴 것까지는 없지 않을까.

입때껏 내가 쓴 소설 속 인물들의 이름을 불러 봐도 안다. 이내 명치 부근이 뻐근해 오니 말이다. 선영, 자경, 무영, 금수, 치수, 병기, 하진, 영수, 소희, 로라, 찰스, 그리고 이번 당선작의 주인공 배선봉씨, 배춘자씨, 봄이…. 모두, 내가 이름을 불러주는 대로 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 소설 속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온 이들이다.

나는 앞으로 많은 소설을 쓸 것이다. 쉼 없이 쓸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어둠 속에 부복한 채 내 손끝이 저 이름을 불러주기만을 기다리는 이들을 생각하면, 쓰지 않는 쪽보다 쓰는 쪽이 비교도 안 되게 수월할 것 같아서다. 그 간곡함을 물리칠 만한 뱃심이 내겐 없다.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감사하다는 말로는 턱없이 부족한 이 감격의 총합은 나를 한참 웃돌고도 남는다. 당연하다. 미래에 내게서 이름이 불릴 모든 이들의 그것이 더해졌을 터이니….

고국을 떠나 남의 나라에서 스무 해 넘게 살았다. 이국에서 고국의 언어로 글을 쓰며 늘 변방을 에둘러 걷는 느낌이었다. 고국으로 돌아오는 길은 멀고도 고단했지만, 높디높은 벽에도 문은 있었다. 그 문 손수 열고 환영해 주신 심사위원께 허리 숙여 감사드린다.

소설 밖에도 내가 불러줄 이름을 지닌 이들이 있다. 당선작 속 인물과 같은 이름을 지닌 오빠, 이선봉. 언젠가 내 소설 속에서 부르고야 말 이름을 가진 동생, 이대봉. 이제는 불러도 될 이름을 지닌 아버지, 이병표. 내 소설을 가장 먼저 읽어주는 박제철. 곧 소설을 쓸 딸 박지영. 소설을 닮은 아들 박준원. 더불어 쓰는 미주 소설가 문우 선생님들께 사랑을 전한다. 졸작을 늘 응원해 주시는 박덕규 교수님, 조동범 교수님께 감사한다. 나의 스승, 손홍규 소설가께 감사와 존경을 전한다.

내가 쓸 모든 소설의 안과 밖에서 어김없이 살아있을, 김중효. 당신께 이 영예를 바칩니다, 나의 어머니.

△56세 △부산 출생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재미교포(미국 뉴저지 거주) △영한 번역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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