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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타임] 산타 선물? 국비는 진정 필요한 곳에…

2024-01-05

지난해 한 기관 오픈 행사에서

'산타 선물' 우스갯소리 나와

따져보면 그건 국민이 준 선물

국비 쓰이는 과정에 오랜 의문

선심성 아닌 진짜 필요한 곳에

[하프타임] 산타 선물? 국비는 진정 필요한 곳에…
노진실 문화부 선임기자

"산타클로스의 선물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지난해 열린 한 공공기관의 오픈 행사에서 사회자가 이런 말을 했다. 그런 기관이 개관을 하는 게 마치 산타의 선물 같다는 의미였을까. "이런 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화답이라도 해야 했나. 헛웃음이 나왔다. 어디다 대고, 뭘 감사해야 하나. 물론, 그저 대본에 쓰인 대로 읽었거나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 농담처럼 한 말이겠지만, 그래도 찝찝했다.

조성과 운영에 적지 않은 정부·지자체의 예산이 들어가는 기관이었다. 그 예산은 국민의 세금이 모인 것.

말은 바로 해야지. 산타의 선물은 결국 '내돈 내산'이다. 그럼 "국민의 선물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란 표현이 맞지 않았을까. 생색도 비용을 대는 사람이 내는 거니까. 주객이 단단히 전도됐다. 감사 인사는 그런 기관이 그곳에 생기는 줄도 모르고 추운 날 생업 현장에서 고군분투했을 불특정 다수의 국민, 지역민에게 해야 하는 것이다. 


성대한 일회성 행사에 쓰인 레드카펫도, 맛있는 간식도, 내빈들 가슴에 꽂힌 꽃도, 의전에 들어간 비용도 어디서 나온 것이겠나. 또한 그 기관은 '국민의 활용과 교육 기회 제공'을 명분으로 해서 전국 곳곳에 생기고 있으니, 더욱더 국민에게 감사를 전해야 한다. 부디, 내세운 명분대로 공익을 위해 잘 쓰이길 바란다. 한 기관의 시작을 보며 언론이 섣불리 재를 뿌릴 일도, 그렇다고 미리 샴페인을 터트릴 일도 아니라고 본다.

다만, 해당 기관의 오픈을 지켜보며 오랫동안 품고 있던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왜 일부 국비 사용 과정은 그토록 이상하고 오만한가'라는 의문이다. '보수·진보' '지난 정권·현 정권' 그런 차이를 떠나, 유사하게 반복돼 온 그 기이한 과정에 대해 나는 근원적인 의문을 품고 있었다.

예를 들어, 일부 이해되지 않는 국·시비 투입 문화 공연에 대해 기자가 문제 제기를 하면, 지자체에선 "그건 국비 매칭 사업"이라고 말하며 정당성을 부여한다. 무슨 일이든 절차와 기준이 있을 것인데, 국비는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프리패스'인가. 그걸 또 정치인들은 '국비 확보'라고 홍보한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시라는 건가. 왜 매번 그런 식인가. 과도한 정치, 포크배럴(Pork Barrel), 로그롤링(Logrolling)이 어떤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라(지자체)의 재원은 한정돼 있고, 그것은 공익과 중요도, 사회의 철학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 쓰여야 한다. 나는 예산을 배분하는 사람들이 관용차로 쓸데없는 곳에 돌아다니지 말고, 병원 중환자실이나 항암센터 같은 곳에 한번 가봤으면 한다. 당신들이 선심성으로 쓴 돈, 과한 의전에 들어가는 돈, 일회성 행사에 태워버릴 수 있는 그 돈이 누군가에겐 하루 더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절박한 '생명줄'일 수 있다.

그런 귀한 돈이니 좀 더 신중하게, 정말 공익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곳에 쓰여야 하지 않을까. '이 예산이 공정하게 잘 쓰여, 돌고 돌아 많은 국민의 밥이 되고, 약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세금을 써야 할 것이다. 높은 분들이 국비 사용을 마치 '산타의 선물'인 양 자랑하고 싶다면, 많은 국민이 실제 그렇게 느낄 수 있도록 하길 바란다. 산타의 선물은 진정 필요한 곳에 전해지는 거니까.
노진실 문화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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