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전 화재로 본건물 소실
현재 3층 석탑 복원 위해 노력
5월의 수정사 대웅전 모습. 숨겨진 천상의 화원으로 불릴 만큼 경내에는 꽃들이 가득하다. <수정사 제공> |
청송의 북쪽 진보면과 파천면의 경계에 비봉산(飛鳳山)이 솟아 있다. 그 산의 남서 사면 골짜기에 고려 말에 세워졌다는 작은 절집이 하나 있다. 수정 같은 골짜기에 있다고 해서 절집의 이름은 '수정사'다. 예부터 이곳은 터가 맑아 하늘의 문 같고, 골이 깊어 천혜의 요새라고도 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본사인 은해사(銀海寺)의 말사인 수정사는 고려 공민왕 때 나옹대사(懶翁大師)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나옹대사는 주변 경치가 아름답고 산속에서 흘러내리는 샘물과 계곡에 흩어진 돌이 수정처럼 깨끗해 사찰 이름을 '수정사'라 했다고 한다.
당시 수정사는 3천여 평의 경역 안에 8~9동의 건물이 자리 잡고 있는 꽤 규모 있는 절집이었다고 전한다. 한창 번성할 때의 수정사는 파천면과 인근 진보면 일대의 많은 토지를 소유할 만큼 아주 큰 사찰이었고 지금도 토지대장에 당시 기록들이 남아 있다. 큰 사찰이던 수정사는 약 300년 전 화재가 일어나 건물이 모두 소실되었다. 이후 수정사는 산 내 암자로 옮기게 되었는데 그곳이 바로 지금의 수정사다.
수정사의 법당. <수정사 제공> |
수정사 대웅전은 '경북도 문화재자료 제73호'다. 높직한 석축 위에 앉아 있다. 석축의 가운데에 대웅전으로 오르는 계단을 놓았고 그 양쪽에는 3단의 계단식 축대가 화계(花階)로 꾸며져 있다.
수정사에는 꽃이 많다. 어떤 이들은 숨겨진 천상의 화원이라고도 한다. 고종 33년인 1896년에는 의병장 김하락이 청송 안덕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뒤 이곳에 군영을 두고 왜병 200여 명을 맞아 전투를 치러 승리하기도 했다.
현재 주지 보급 스님이 요사채, 일주문 등을 신축했으며 특히 구전으로 전해지고 있는 3층 석탑 복원을 위해 각종 자료를 수집하면서 청송군민의 평안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보급 스님은 "불탑 복원은 정신이 혼란스러운 이때 국민의 정기를 하나로 모아 온 누리에 자비가 가득하고 평온함을 위해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정사 아랫마을에는 청송정원과 가요 '황성옛터'의 작사가 왕평의 묘소가 있다. 인근에 객주문학관과 신촌약수터, 덕천민속마을, 국립공원이 위치해 있다. 또 반변천 맑은 물이 사계절 흐르고 소나무 숲이 국도변에 조성되어 길손들의 쉼터로 활용되고 있다.
배운철기자 baeu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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