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들어주는 코끼리 형상 돌
수령 500여년 모과나무 등 명물
도성사 전경. 대웅전 앞에서 바라보면 팔공산이 눈앞에 펼쳐진다. |
'소원돌'. |
도성사(道成寺·주지 도융스님·대구시 동구 도평로77길 261)는 장두산 자락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산중 사찰이다. 경부고속도로 팔공산 IC를 나와 도동 측백수림을 지나 잘 닦인 산길을 따라가다 보면 산 중에 마치 무릉도원처럼 도성사가 펼져친다. 1979년 공산댐 준공으로 도성사 사찰 앞을 흐르던 골 깊은 계곡은 공산지 넓은 댐으로 바뀌었고 인근 자연 부락은 수몰되었다. 하지만 사찰은 철거반경에서 벗어나 덕분에 산길을 돌고 돌아 들어갈 수 있는 산중 사찰이 됐다. 대웅전 앞에서 보면 팔공산 비로봉, 동봉, 서봉이 눈앞에 펼쳐진다.
1957년 창건된 도성사는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한 경산(京山)스님 상좌 법현(法顯)스님과 현재 주지 스님인 도융스님이 중창 불사를 거듭하여 대웅전, 약사전, 산신각, 칠성각, 용왕단을 갖춘 규모 있는 사찰로 번창하여 산명수려(山明水麗)한 기도 영험 도량이 되었다.
대웅전으로 이어진 돌계단을 올라 건물 뒤편 칠성각으로 향하면 도성사의 지난 세월을 지켜온 수령 500여년 모과나무가 있다. 모과는 오랜 세월 살아남아 한 잔의 따뜻한 차로 긴 겨울 불법 수양에 용맹정진하는 스님들의 벗이 되었다. 속이 텅 비어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나무는 보는 이를 압도하는 위세나 대단한 신화적인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세월 따라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모습에서 주는 감동은 울림이 크다. 불가에는 '목자 불성(木子佛性)'이라고 한다. 고목의 몸을 빌려 이 땅에 오신 부처의 모습인 듯 모과나무 앞에는 예를 올리기 위한 제단도 따로 마련돼 있다. 모과나무의 시선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팔공산이 손에 잡힐 듯 지척으로 마주하고 있다.
모과나무와 함께 이 절의 또 다른 명물은 코끼리 형상을 한 돌이다. 일명 '소원돌'로 불리는 이 돌은 어떨 때는 들리고 어떨 때는 들리지 않는다. 경건한 마음으로 합장을 하고 마음속으로 태어난 생일과 주소를 말한 뒤 소원을 빌고 다시 들어본다. 돌이 들리지 않거나 전보다 더 무거워지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글·사진=임훈기자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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