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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경북본사 부장 |
"경북은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화랑정신으로 최초의 통일국가를 이루고 선비정신과 호국정신으로 나라를 지켰습니다. 또 새마을 운동으로 나라를 잘살게 만들었습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13일 '경북도 저출생 극복 실행계획'을 발표하며 "경북은 지방소멸 위기의 최전선에서 저출생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 위기 때마다 구국에 앞장섰던 정신으로 '저출생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도지사는 지난 1월 신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저출생 대책 외 다른 업무는 모두 서면으로 대체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저출생에 모든 것을 걸자"고 전 직원들과 다짐하며, 끝장토론 끝에 '저출생과 전쟁'을 선포했다. 선포식에는 주형환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장이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이후 도청 내 저출생과전쟁본부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전쟁 준비에 돌입했다.
경북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고민인 저출생 해소를 위해 이 도지사는 정부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저출생 대응 총괄 부처 신설과 규제개선 등을 연이어 건의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바로 응답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는 저출산 고령화 대응 부처인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를 부총리가 이끄는 조직으로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나흘 뒤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저출생 수석실' 설치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저출생 극복에 380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국가 예산을 투입하고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곤두박질치며 급기야 지난해 평균 0.72명, 4분기에는 0.65명까지 내려가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세계 최저 수준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합계 출산율 1.0명 이하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우리 사회를 유지하려면 연간 60만~70만명의 아이가 새로 태어나야 하지만 현시점의 출생 인구가 20만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 과거와 비교하면 해마다 40만명씩 사라지는 형국이다.
이 도지사는 "어떤 전쟁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사라지지 않았다.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가장 무서운 재앙"이라며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임계점을 넘어 더 이상의 기회조차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그렇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그 절박함을 경북도가 인식하고 전쟁에 나선 것이다.
'저출생'은 그동안 우리가 마주했던 그 어떤 적들보다도 거대하고 강력한 상대다. 하지만 우리는 이보다 더 큰 위기도 함께 이겨내며 기회의 발판으로 삼았다.
이 도지사는 "세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전 세계의 우려를 기우로 만들어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인류사에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들 수 있도록 저출생과의 전쟁에 힘을 모아 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전국 인구소멸지역 89곳(시·군·구) 중 전남과 함께 16곳으로 가장 많은 경북에서 저출생과 전쟁이 시작됐다. 무모한 싸움이 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시작해야 할 싸움이다. 이왕 시작한 전쟁,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 대한민국의 위기를 이번에도 경북이 구해내길 기대해 본다.
임성수 경북본사 부장

임성수
편집국 경북본사 1부장 임성수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