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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시론] 금오산, 금오천, 금오지가 뜬다

2024-06-19

문양역에서 놀던 대구 노인
대구광역철도 덕에 구미역으로
금오산·금오천·금오지 부상
구미역 부근 원도심도 활기
신공항 배후도시 구미 기지개

[영남시론] 금오산, 금오천, 금오지가 뜬다
박진관 중부지역본부장

2008년 수도권 전철 온양온천역이 들어선 뒤 '서울 노인들의 온양온천 피서법'이란 게 인기였다. 65세 이상 노인들이 공짜 전철을 타고 온천에서 경로 특별 할인을 받아 온천욕을 즐기고 서울로 오는 코스였다. 지금도 평일과 주말에 목욕탕은 꽉 차는데, 절반 이상이 서울에서 온 손님들이라고 한다.

이보다 앞서 3년 전 개통한 대구지하철 2호선 종점역인 다사 문양역 인근은 '대구 노인들의 천국'이라 불렸다. 하지만 이들은 기껏해야 구릉 같은 마천산을 한 바퀴 등반하거나 즐비한 매운탕가게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다 공짜 지하철을 타고 대구로 오는 게 소일거리였다. 가끔 산에서 채취한 나물을 까만 비닐봉지에 담아 오다 깜빡 잊고 중간에 내려 동쪽 종점역인 영남대역 직원들이 그걸 치우느라 애를 먹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었다.

늙어서도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서울 노인들보다 문명의 혜택(?)에 차별받던 대구 노인들도 올해 12월부터는 구미역까지 공짜 전철을 타고 와서 한국의 명산 금오산과 금오지, 금오천을 돌면서 건강도 챙기면서 '만원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이는 안용모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이 2006년 사무관 시절 아이디어를 낸 대구권광역철도(구미~대구~경산)가 18년 만에 개통을 앞둔 덕분이다. 대구에서 오전 5시부터 다음 날 0시까지 15~20분마다 운행되는 전철을 타고 종점역인 구미역에 내려 10~15분 걸으면, 전국 최초의 도립공원인 금오산이 코앞에 펼쳐진다. 금오산은 중국의 숭산(崇山)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 남숭산이라고도 할 만큼 수려하다. 대혜폭포 출렁다리, 오토캠핑장 조성, 집라인과 케이블카 확장 등 금오산도립공원 계획(변경)용역이 시작된다. 덧붙여 형곡전망대 등산로 연결 다리도 곧 완공된다. 금오지는 또 어떤가. 나는 대구경북에서 이만치 아름다운 호반 둘레길을 보지 못했다. 곧 오색 음악 분수를 설치해 야경을 돋보이게 한다. 금오지와 연결된 금오천 또한 매력적인데, 자연만 일품인 게 아니다. 금오산잔디광장에 여러 조형물을 설치해 포토존을 만들고 금오랜드엔 대관람차가 들어섰다. 근래 들어 열풍인 맨발 걷기 코스도 늘리고 세족장도 추가로 설치했다. 야은 길재를 기리는 채미정과 구미성리학역사관을 관람하고 나오면 구미가 산업도시 일색이 아닌 역사 문화도시로 새롭게 각인될 것이다.

구미역 앞 구미 새마을중앙시장은 광역철도 개통을 앞두고 지난 4월부터 오는 22일까지 주말에 야시장을 개장하는데 내년에도 오픈한다. 구미역 뒤 금리단길은 최근 몇 년 새 명소가 됐다. 감성카페와 맛집, 특색 있는 공방들이 들어서면서 젊은이의 둥지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 커피축제 등도 열 계획이다.

전국의 부동산이 침체를 겪고 있지만, 구미역 원도심 부근은 예외다. 학생 수 감소 탓에 3년 전만 해도 전교생 93명으로 폐교 위기까지 몰린 구미초등학교는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현재 전교생이 324명으로 불어났다. 대구권광역철도가 구미역까지 연장되면서 구미역세권과 금오산 권역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대구경북신공항 배후도시로서 구미시의 위상도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대구경북 항공수출액 142억달러 중 구미가 119억달러로 84%를 차지한 게 이를 방증한다. 누워있는 금오산 큰바위얼굴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고, 금오천과 금오지도 함께 춤춘다.

박진관 중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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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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