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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로에서] 체류자격과 '인재 편식'

2024-06-19

외국인 근로자 140만명
울산, 광주 인구보다 많아
노무직, 국적 편중은 문제
보다 유연한 정책 마련해
유능한 인재 더 확보해야

[동대구로에서] 체류자격과 인재 편식
박종진 정경부 차장

E-1~E-7, E-9, H-2, D-2, D-4-1, D-4-7, F-4, F-5, F-6. 지하 주차장 구역 번호 같은 알파벳과 숫자 조합은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비자 종류다. 재외 동포부터 유학생, 결혼이민자, 방문취업자, 비전문 인력, 영주권자 등 형태도 다양하다. 외교나 공무 같은 특수 목적 등을 포함한 체류 자격 코드만 A1부터 T11까지 240여 개에 이른다.

국내 외국인(15세 이상) 수는 지난해 5월 기준 140만명을 넘어섰다. 울산(110만명)이나 광주(141만명) 인구보다 많은 숫자다.

이제 국내 어느 곳을 가든지 외국인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

외국인 근로자 수 역시 늘고 있고, 최근 들어선 그 역할도 다채로워지고 있다. 농어업과 제조·건설 업종 외에도 IT·2차전지·바이오·로봇 등 첨단 업종에서 근무하거나 문화, 예술, 교육 분야에서 활약하는 외국인도 적지 않다. 하지만 국내 외국인 근로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직군과 국적 등이 너무 편중돼 있다. 한국계 중국(33%), 베트남(14.1%), 중국(9.4%),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등 아시아계가 전체의 90%에 달한다. 대구경북 지역도 별반 다르지 않다.

노무직 중심 비전문 인력과 방문취업(해외동포) 비중도 전체 근로자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에 비해 교수, 회화 강사, 연구진 등 전문인력 수는 절대적으로 적다. 이는 유연하지 못한 정책과 한국사회의 구조 탓이다. 노령화와 3D업종 기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편 등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가 저변에 깔려 있다 보니 '인재 편식'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세계 주요 국가는 국경 없는 인재 유치 전쟁을 벌이는 중이고, 도시 간 경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인재가 곧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유능한 외국인 인재들이 보는 한국은 과연 이주해서 살 만한 매력이 있는 국가일까.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연감'에 따르면 한국의 고급숙련인력 유인지수는 4.15로 63개국 중 49위다. 인재 영입은커녕 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노동력 부족을 차치하고 인구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지자체 입장에선 더욱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정부는 물론 대구시와 경북도 역시 외국인 근로자 관련 정책 수립에 있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단순히 인구·생산성 부족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이주 정책을 남발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지자체의 편의에 맞춘 정책 대신 외국인 근로자 입장에서 바라본 정책이 필요하다. 지역을 찾은 유학생들이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정착할 수 있게 유도하고, 더욱 많은 전문인력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꼽는 체류 기간 문제에 대해서도 보다 유연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장기간 체류가 어렵다 보니 외국인 근로자 입장에선 숙련도 향상은 물론 미래를 꿈꿀 수 없고, 업체 입장에도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는 불법체류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또 퇴사하거나 회사를 옮길 자유마저 제한된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이와 관련 외국인 근로자 임금 제도도 지역 실정에 맞는 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젠 더 이상 외국인 근로자를 '이방인'이 아닌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야 할 때다.

박종진 정경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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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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