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나게, 멋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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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시 진량읍 '풍성맷돌두부'에서 판매하는 매운순두부찌개 한상 차림. |
무작위로 뽑은 숫자 6개 중 적어도 3개를 맞추길 바라는 만큼 맛있는 음식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설렘은 커다랗다. 마음에 든 숫자들이 적중하듯, 내 식욕을 자극하는 풍미는 언제든 반갑기만 하다.
주말 오후 나들이를 겸해 마주한 경북 경산시 진량읍 '풍성맷돌두부'는 최소한 숫자 3개만큼은 맞춘 듯 맛을 보장하는 곳이다. 직접 농사 지은 콩을 맷돌에 갈아 두부 요리를 선사하는 곳이다. 손수 심고 키워낸 콩으로 두부구이, 순두부찌개, 청국장, 콩국수를 요리하니 그 정성이 느껴져 음식을 받기 전부터 기대감이 부푼다. 토요일 늦은 오후와 일요일은 쉰다. 맛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시중에 파는 두부와 다르게 으깨진 콩 입자가 살아있는 예스러운 맛이 적중한다. 포슬포슬한 식감과 구수함이 다시 한번 적중한다. 꾹꾹 눌러 담은 시골 집밥이 떠오르니 그렇게 세 가지가 적중한다.
적당히 얼큰한 국물과 순두부의 고소한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기본을 지킨 육수의 시원함이 순두부 맛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차지면서도 촉촉한 흑미밥은 곱씹을수록 풍미를 더해간다. 심심하지만 이곳만의 손맛이 담긴 반찬은 시종일관 입맛을 돋운다. 으레 기대했던 눈속임 없이 내놓은 한 끼 식사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단순하지만 가장 원했던 차림이다.
만족스러운 한 끼를 보장하는 곳이다. 숫자 한 개만 더 맞추길 바라듯 다른 메뉴를 기대하게 만드는 곳이다. 숫자 6개를 한꺼번에 맞출 수는 없더라도 이곳 음식을 다 먹어볼 수는 있겠다는 안도감이 괜히 샘 솟는다. 따지고 보면 안 맞는 날이 더 많을지도. 하지만 맞는 날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글·사진=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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