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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정녕 협치는 없나

2024-06-20

협주는 협력·경쟁하는 구도
민주당의 입법 기관차 폭주
여권 '절대 반지'는 거부권
극단정치가 민주주의 위협
正·反 대립 合으로 수렴돼야

[박규완 칼럼] 정녕 협치는 없나
박규완 논설위원

나의 애청곡 톱10을 꼽아보니 대부분 협주곡이다.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0번 2악장·21번 2악장,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 등이다. 왜 협주곡일까. 협주곡은 소나타의 단아함과 정갈함이 녹아 있고 교향곡이 뿜어내는 장엄함을 외면하지 않는다. 마치 음색의 종합선물 같다. 비르투오소의 기량과 개성을 뽐낼 수 있는 카덴차도 협주곡이 제격이다.

협주다운 협주가 등장한 건 바로크 시대다. 그전까진 독주이거나 음색·음량이 비슷한 악기끼리의 협연이 고작이었다. 협주와 피아노의 등장은 중세의 음악 생태계를 훨씬 다채롭고 풍요하게 만들었다. 협주는 음색과 음량이 전혀 다른 악기들이 협력하고 경쟁하는 구도다.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자기 기량을 발휘해야 한다. 호흡을 맞춰야 하니 너무 튈 수도 없다. 협주곡이 까다롭고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협주는 독주가 감히 넘보지 못하는 영역의 소리를 빚어낸다. 협주의 묘미다.

협치는 협주를 닮았다. 여러 정당이 협력하며 경쟁하는 구도다. 상대를 배려하고 자기 실력도 증명해야 한다. 한데 여의도 정치는 배려와 양보라는 솔루션이 없다. 독선과 편향, 뻗댐과 길항뿐이다.

"몽골 기병 같은 자세로 입법 속도전에 나서겠다"던 이재명 대표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민주당의 입법 기관차가 폭주한다. 대북송금 특검법을 지난 3일 발의한 데 이어 7일 수사기관 무고죄법, 12일엔 형사사건 피의사실 공표금지법, 표적수사 금지법을 연이어 발의했다. 판·검사의 법 왜곡을 처벌할 수 있는 형법 개정안도 준비 중이다. 해병대원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고삐를 죈다. 방송3법과 방통위법은 야당 단독으로 법사위에 넘겼다.

국회 원(院) 구성도 점입가경이다. 국회의장에 더해 법사위원장·운영위원장·과방위원장까지 민주당이 독식했다. '제1당=국회의장, 제2당=법사위원장'이란 관행이 깨졌고, 1987년 헌정체제 이후 처음 야당이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관례는 깨지기 위해 있는 것"이란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말은 사뭇 폭압적이다.

민주당이 한껏 완력 자랑을 하는데도 국민의힘은 속수무책이다. 힘도 인기도 정치력도 없다.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게 고작이다. 그래도 명색이 집권여당 아닌가. 무기가 없진 않다. 대통령 거부권이 '절대 반지'다. 국민의힘이 낮은 지지율의 윤석열 대통령과 '헤어질 결심'을 못하는 이유가 거부권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어쨌거나 22대 국회는 민주당의 법안 발의와 대통령 거부권의 도돌이표가 시전될 게 자명하다.

헤겔은 인식이나 존재는 정(正)-반(反)-합(合)의 3단계로 전개된다고 판단했다. 정치현상에도 변증법은 유효하다. 정(正)·반(反) 대립에서 합(合)으로 수렴돼야 정석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판엔 합(合)이 사라졌다. 여야의 극한대치뿐이다. 민주당은 강성 친명이 장악했다. 저들의 저돌성은 입법 폭주를 추동한다. 대통령실과 여당 역시 정권의 명운이 걸린 특검법을 쉽게 수용할 리 없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의 공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정치와 정당이 극단주의에 휩쓸릴 때 민주주의가 무너진다"고 했다. 극단정치는 민생을 피폐화하며 민주주의마저 위협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협치의 물꼬를 터야 하는 이유다. 치킨게임의 끝은 공멸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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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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