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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혐오 부추기는 사회 (2) 언젠가 당신도 거부당할 수 있습니다

2024-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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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최은지기자 〈게티이미지뱅크〉

노키즈존, 노실버존, 이제는 노아줌마존까지….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 특정 집단의 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노OO존'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이 배제의 바람의 중심엔 무엇이 있을까. 편리함을 위한 선택인가, 아니면 차별의 또 다른 얼굴인가. 여러 목소리가 뒤엉키며 논란의 중심이 된 가운데 이를 둘러싼 이야기를 살펴본다.

최근 '아줌마 출입금지' 인천 헬스장 이어
대구 피트니스센터 '노약자 입장 불가' 논란


◆만 76세 이상·아줌마 출입 금지…노OO존의 확대

지난달 대구 수성구의 한 호텔 피트니스센터에선 노약자 출입을 제한하기로 해 논란이 일었다. 센터 입구에 '만 76세 이상인 고객은 회원 등록과 일일 입장이 불가하다'는 안내문이 붙었는데, 센터 측은 "센터 내에서 쓰러지거나 미끄러지는 안전사고로 인한 분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회원들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시키기엔 한계가 있고 안전사고 문제도 있어 센터의 운영 방침을 전환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노인들은 어디서 운동을 해야 하나" "안전사고를 왜 이용객에게만 묻나" 등 '노인 차별'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한편 "보호 차원 같다" "헬스장은 무거운 기구가 많아 고령자에겐 위험하다" 등 센터의 조치를 이해한다는 반응도 나오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앞서 지난달 7일 인천의 한 헬스장도 '노아줌마존' 논란이 됐다. 헬스장은 업소에 '아줌마 출입 금지' '교양 있고 우아한 여성만 출입 가능'이라는 내용의 공지를 붙였다. 아줌마와 교양 있고 우아한 여성을 구별하는 업주만의 구체적인 기준도 제시했다. △나이를 떠나 공짜 좋아하면 △어딜 가나 욕먹는데 왜 욕먹는지 본인만 모르면 △대중교통 이용 시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서 가면 △커피숍 둘이 가서 한 잔 시키고 컵 달라고 하면 △음식물 쓰레기 몰래 공중화장실 변기에 버리면 △자기 돈은 아까워하면서 남의 돈은 아까운 줄 모르면 △기억력과 판단력이 부족해했던 말 하고 또 하면 등의 경우를 '아줌마'라고 정의했다. 사업주 측은 일부 고객을 향해 자제해 달라는 경고의 의미일 뿐이라며 "아주머니들이나 여자분들한테 혐오적인 발언을 하려 한 건 아니다. 저거 보고 막 화내시고 이러는 분들이 저는 오히려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업주 자유" "특정집단 차별" 갑론을박 여론
외신 "노키즈존 韓, 아동 혐오국 인상 받아"


◆영업의 자유 vs 차별행위 의견 분분

공공장소 이용에서 특정 집단이 배제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OO존의 시작은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유아와 어린이의 매장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이 등장·확산하면서 노실버존, 노아줌마존까지 나왔다. 이런 방침의 주된 이유는 특정 구성원이 가게를 지저분하게 만들고 간다거나 다른 이용객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쟁점은 이렇다. 차별로 볼 수 있는가. '사업주의 권리'라는 의견과 '특정 집단을 향한 차별'이라는 지적으로 찬반양론이 나뉜다.

노OO존은 사실상 법적으로 처벌받는 게 아니기에 사업주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다. 노OO존을 찬성하는 이들은 노OO존을 두는 것은 가게 주인의 자유이며 편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주장한다. 찬성하는 사업주들도 자신의 업소에서 어떤 고객을 받을지는 가게에서 결정할 자율권이 있으며 이는 정당한 경영 방침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안전사고 발생 시 업주가 과도하게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가 노키즈존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주 2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노키즈존을 유지하는 이유로 '아동 안전사고 발생 시 사업주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해서'라는 응답이 68.0%로 가장 많았다. 대구에서 노키즈존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가게를 뛰어다니는데 보호자의 제재가 안 되어 다른 손님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다치는 모습을 보고 노키즈존 운영을 결정했다"며 "차별이 아닌 장사의 문제"라고 밝혔다.

다만 사업주들이 누리는 영업의 자유가 누군가가 차별받지 않을 권리보다 중요한지 고민해볼 여지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노키즈존이 차별행위라고 판단하면서 제주도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사업주에게 13세 이하 아동을 이용대상에서 일률적으로 배제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상업시설의 운영자들은 최대한의 이익창출을 목적으로 하고, 이들에게는 헌법 제15조에 따라 영업의 자유가 보장된다. 이 같은 자유는 무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며, 문제가 된 이탈리아 음식점의 경우 이용자에게 시설 이용상 특별한 능력이나 주의가 요구되는 곳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사업주인 피진정인이 일부 아동의 산만한 행동이나 보호자의 무례한 행동을 이유로 모든 아동 및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의 식당 이용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일부의 사례를 객관적·합리적 이유 없이 일반화한 것에 해당한다"고 했다. 영업시설의 운용은 업주의 자유지만 이 자유는 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인정된다는 것.

문화평론가 "'노키즈존 방지법' 입안보다
사회적 관용 흐르면 자연스레 NO 지양"


◆노키즈존이 쏘아 올린 혐오…"관용적 분위기 형성돼야"

서구 외신들은 일찍부터 한국의 노키즈존 문화에 대해 우려를 표해왔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도 2019년 "한국은 아동을 혐오하는 국가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지적하며 "노키즈존이 특정 집단을 배제하는 차별의 장이 될 수 있다. 관용이 사라진 사회 분위기는 성장기 어린이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특정 집단을 배제하는 배타적 성격은 사회 전반에 확산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3%가 '노키즈존 운영은 업장 주인 자유'라고 답했다. 노키즈존 운영에 대해 10명 중 7명이 동의한 것이다.

출입이 제한되는 경우와 대상도 더욱 세분화되고 있다. 노실버존, 노아줌마존을 비롯해 노중년존, 노유튜버존, 노교수존, 노스터디존 등 연령대와 직업, 특정 상황 등을 이유로 이용을 막는 가게가 최근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사회학을 전공한 조모(여·25)씨는 "가게나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막는 것과 피해를 주는 소수의 이들을 집단으로 일반화해 출입을 금지하는 건 별개의 문제"라며 "이런 가게들이 늘어날수록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이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분위기로 지난 총선에서는 '노키즈존 방지법'도 공약으로 제시됐다. 정병기 영남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독일에서도 10여년 살았지만 노키즈존이라는 단어는 한국에서 처음 들어본다. 갈수록 한국 사회가 이윤만 중시하는 사회로 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사회가 보호해야 할 대상인 아이들을 차별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서 출발해 이 같은 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법적 제재보다 공감대 확산이 먼저라는 목소리도 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여론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으로 상황을 해결하려는 것은 조금 지양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소통과 대화가 먼저돼야 하며 법은 최후에 선택해야 될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초반에 노키즈존이 허용된다는 주장이 나올 때부터 특정 집단을 배제하는 일들이 터져나오고 혐오로 이어질 거란 분석이 있었다"며 "사회적으로 관용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으면 자연스레 노OO를 하지 않게 돼 있다. 그런 식의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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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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