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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혐오 부추기는 사회 (1) 노OO존…권리인가, 차별인가

2024-07-05

■ 혐오 부추기는 배타적 사회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혐오 부추기는 사회 (1) 노OO존…권리인가, 차별인가
어린이날 대구 한 카페 앞에 '노키즈존'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영남일보 DB

얼마 전 한 방송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그냥 서바이벌은 아니고, 일종의 사회실험입니다. 12명의 젊은 남녀가 나와 9일 동안 작은 커뮤니티 내에서 리더를 선발하고 상금을 분배합니다. 이 실험은 현실 정치 과정과 닮았습니다. 공존할 수 없는 이념들이 모였기 때문입니다. 출연진들은 정치, 젠더, 계급, 사회윤리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인 이들은 자신이 가진 사상을 숨긴 채 커뮤니티 활동을 진행합니다. 사상을 드러낼 수 있을 때는 익명 토론과 제작진과의 인터뷰로 한정됩니다.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보니 여기서 다양한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빈곤의 가장 큰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최저임금은 인간을 더 나약하게 만들 뿐이다, 대중매체 속 조선족 범죄자 묘사는 사라져야 한다, 국가 발전에는 유능한 독재자가 필요한 시기가 있다 등….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한 여성 출연진의 말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당연하지 않아서, 현실과는 먼 이야기라 와닿았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어떤 세상을 상상할 때 내가 어떤 인간이 되어도 너무 불행하지 않은, 그 세상이 너무 두렵지 않은 세상이 되길 바라요."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혐오 부추기는 사회 (1) 노OO존…권리인가, 차별인가
인천의 한 헬스장에 부착돼 논란이 된 안내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현재 세상은 병을 앓고 있는 듯합니다. 이 병은 혐오와 배제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노OO존'이라는 현상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아동부터 노인, 중년 여성, 교수, 유튜버까지. 특정 집단의 출입을 금지하는 시설이 늘고 있습니다. 주된 이유는 이렇습니다. 소란을 피우거나 가게의 분위기를 해친다. 노OO존에 찬성하는 이용객 입장도 비슷할 것입니다. 쉬는 날 카페에 방문해 휴식을 만끽하는데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어떤 이는 소리를 질러가며 통화를 합니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인간들이 여기서 몽땅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사장이라면 이들을 가게에서 내보낼 거란 상상을 합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는 누구나 타인에게 무례를 당하고, 범할 수도 있습니다. 언제든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운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노인을 욕하던 내가 어느덧 노인이 되거나, 유튜버를 욕하던 내가 새로운 꿈을 찾아 유튜버가 됐는데, 일부 식당이나 카페에 가지 못할 수 있습니다. 진부하지만 역지사지가 필요하다는 심각한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존 롤스가 고안한 무지의 베일 이론이 떠오릅니다. 출신 배경, 사회적 위치 등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최악의 상황에 처할 것을 우려해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하더군요. 앞서 언급한 여성 출연진의 말처럼, 모두가 어떤 인간이 되어도 두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해보면 어떨까요. 혐오와 배제가 아닌 공생으로 합의점을 도출해나갈 수 있습니다.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적 변화와 정책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하겠지만요.

하버드대 마이클 센델 교수는 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공동체의 정의는 모든 구성원의 권리와 존엄을 존중하는 데 달려 있다"고 썼습니다. 앞으로 어떤 공동체에서 살아갈지에 대한 답은 우리 선택의 몫입니다. 이번 기사를 통해 독자께서도 그 답을 함께 고민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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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기자

당신이 경험하지 못한 세계로 초대합니다. 새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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