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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지대]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

2024-07-08

[단상지대]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
이은미 변호사

얼마 전 직장 동료인 변호사님들과 산책하며 대화를 하던 중 나는 특정한 표현을 하기 위해 적절한 단어를 찾다가 아무 생각 없이 저속한 표현을 하고 말았다. 좀 부끄러웠다. 가끔 말이 뇌를 거치지 않고 성대에서만 나오는 느낌이 들 때면 나 자신이 참 아쉽다. 잘 몰라서 실수하기도 하고, 생각이 짧아서 실수하기도 하고, 그 실수가 떠올라 부끄러울 때면 나는 종종 신음하곤 한다.

15년보다 더 오래전, 장례식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나는 20대였고 장례식장에 가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사법연수원 동기의 부친상에 가게 되었다. 당시까지 나는 한 번도 조문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조문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 긴장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나와 친한 연수원 동기 언니가 함께 가기로 했고, 그 언니는 나보다 연장자니까 나는 언니만 따라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장례식장에서 간단한 묵념으로 조의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지만 당시는 크리스천의 장례식장이 아니라면 절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장례식장에서 우리는 영정 앞에 섰고 나는 절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침묵 속에서 절을 하려는 제스처를 서로 느끼며, 함께 절을 하려는 찰나…. 나는 일반적으로 하는 절을 하려고 손을 바닥에 대려고 하는데, 함께 간 언니가 손을 이마에 대는 것이 아닌가. 나는 언니가 이마에 손을 포개고 양반다리로 앉아서 큰절을 올리는 것을 느끼며 속으로 내가 큰 실수를 했다고 여겼다. 다행히 고인께는 절이 2번이므로 나에게는 만회의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절은 나도 손을 이마에 포개고 조심스럽게 앉아 양반다리를 한 후 허리를 숙여 큰절을 올렸다. 전통혼례식 때 맞절하는 신부처럼.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겠다는 마음 그리고 각별한 예의를 갖추어 엄숙하고 경건하게 조의를 표하는 마음으로 상주들에게 돌아섰다. 우리는 상주를 마주하고도 이마에 손을 올려 조심스럽게 앉았다. 양반다리를 하고 상주들께 큰절을 하고 나니 다시 일어서는데 다리가 후들거려 넘어질 뻔했다.

나는 우리가 그때 했던 절로 인해 상주들이 얼마나 당황스러웠을지 알지 못하다가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것이 여성의 폐백 절이며 경사에 하는 절이라는 것을. 정말 이불을 차고 벌떡 일어나고 싶었다.

이번엔 국민참여재판 변론을 할 때의 일이다. 피고인이 피해자와 서로 치고받고 싸우다가 피고인이 피해자 머리에 각목을 댔는데 피해자가 주장하는 상해가 각목 때문에 생긴 것인지, 서로 다투다가 피해자가 넘어져서 생긴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검사는 배심원들에게 각목을 보여주었고 배심원들은 각목의 두께에 놀라서 피고인에게 반감을 가지는 것 같았다. 나는 순간 피고인을 노려보는 듯한 배심원들의 마음을 돌려놓겠다는 마음이 급한 나머지 검사에게 각목을 달라고 했다.

나도 검사처럼 각목으로 뭘 보여 주어야 되겠다는 생각만 했지, 구체적으로 뭘 할 것인지 깊은 생각도 없이 말부터 먼저 나간 것이었다. 내 손에 각목이 들렸고 정신을 차린 나는 이거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각목으로 내 머리를 때렸다. 요지는 각목이 험하게 생긴 것은 맞지만 증거 영상처럼 약한 강도로 때리면 상해를 입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내가 내 머리를 각목으로 치는 바보 같은 행동을 하는 순간 배심원들과 검사가 웃음을 참는 모습이 보였다. 일은 벌어졌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진지한 것뿐이었다. '절대 후회하지 마라.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라는 말만이 내게 위로가 되었다.
이은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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