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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일 칼럼] 나의 보험 사기극

2024-07-08

고의 교통사고, 보험 사기
수년 뒤 경찰 조사로 밝혀져
보험사, 할증 보험료 되돌려줘
국가시스템 작동, 이게 선진국
연금보험도 한번 들여다보길

[박재일 칼럼] 나의  보험 사기극
논설실장

6년쯤 전인가, 선거취재로 한창 바쁜데 전화가 왔다. 달서경찰서 형사란다. 다소 긴장한 나는 왜냐고 물었다. 일전에 운전 중 접촉사고가 있었는지 확인했다. 그렇다고 했더니 뭔가 이상하지 않았느냐고 다시 묻는다. 사실 그날 범어네거리 인근 접촉사고는 나로선 좀 억울했다. 장례식장 가는 길이라 급하게 서둘긴 해도 좌측 깜빡이를 넣고 백미러로 뒤차를 보면서 차로를 변경하는데 기어코 뒤차가 밀고 들어왔다. 보험사 직원들이 달려 왔지만 책임이 어느 쪽이 더 큰지 모르겠단다. 난 경찰서에 가자고 했다. 며칠 뒤 만난 경찰서 교통담당은 초짜였다. 차의 박힌 부분을 훑어 보더니 "7대 3으로 흰색 차(내 차)의 과실이 많다"고 판정했다. 더 이상 따지기도 싫어 동의했다.

달서서 형사는 그게 '보험 사기'였다고 말했다. 출두해 진술해 줄 수 있냐고 했지만 귀찮기도 해서 '요즘 좀 바빠서' 하니, "그러면 선생님 신원과 피해를 사건에 기록하겠다"고 말했다. 난 당연히 그러라고 했다. 내 차와 부딪친, 아니 알고 보니 블랙박스 없는 차를 골라 일부러 박고, 보험금을 타 간 상대 운전자의 피해자가 수십 명이 된다고 형사는 덧붙였다. 난 앞서 조사한, 얼굴이 생각나지 않는 교통경찰 직원을 회상하며, 늦었지만 경찰이 그래도 일은 제대로 하는구나 하고 중얼거렸다.

보험회사에서 문자가 왔다. 역시 다소 오래돼 자세한 문구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이렇다. '금융감독원의 통보에 따라 당신의 보험금이 과도하게 징수됐으니 환불한다'는 내용이었다. 어라 이게 웬 떡이지. 보험사에 확인해보니 사고 이력으로 할증해서 받았던 자동차 보험료를 되돌려준단다. 4~5년치 50만원 전후였다. 며칠 뒤 삼성화재와 또 다른 보험사에서 입금됐다. 그해 보험료도 무사고를 적용해 할인한다고 했다. 난 느꼈다. "아! 우리는 선진국이구나." 경찰, 금융기관, 보험사가 몇 년이 걸릴지라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나라가 대한민국이구나.

월 25만원씩 개인연금보험에 들고 있다. 알다시피 근로소득세 소득공제가 장점이다. 가끔 보험사에서 메일로 운영수익 내역을 알려준다. 한 번씩 볼 때마다 신기할 정도로 이상하다. 7년 불입만기가 지났는데 그동안 보험사에서 무슨 '계약관리비용, 계약체결비용'이란 명목으로 떼간 돈이 무려 140만원이다. 월 납부금액의 6.17%를 꼬박 떼갔다. 연평균 수익률은 0.5%에 불과하다. 연금보험이라지만 은행 정기적금과 다름없고, 보험 기능은 전무한데 도대체 무슨 이런 금융상품이 있나 싶다. 아는 은행원에게 물어보니, 다 그렇다고 했다. 연금 받을 때는 수익이 난다나. 납득불가였다. 난 국가의 기능이 이 부분에서는 뭔가 세밀하게 작동하지 않는 듯한 냄새를 느낀다. 보험사와 정부의 결탁? 그런 의심이 있다. 어쩌면 우린 아직 선진국이 아니다.

국가는 어떻게 성립하는가. 국가는 개인인 나를 시스템으로 보장해 주고, 나는 납세를 비롯한 국민의무를 성실히 지킨다는 계약 아래 존재한다. 정치는 그 계약을 성립시킬 막중한 역할을 부여받았다. 그건 교과서에 등장한다. 그런데 작금의 정치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사기범을 잡고, 금융상품 구조를 살펴 국가시스템이 잘 작동하는지 연구해도 시간이 모자랄 판에, 국민 누구도 덕 볼 일 없을 것 같은 '배신자 논쟁'에다, 당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을 무더기 탄핵한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갑자기 장마철 무더위가 더 덥게 느껴진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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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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