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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時時刻刻)] 탄핵의 깃발 아래 정치는 실종되나

2024-07-09
[시시각각(時時刻刻)] 탄핵의 깃발 아래 정치는 실종되나
권세훈 (주) 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국이 되었고, 정치적으로도 군사정권에 종지부를 찍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여 세계적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눈부신 성과는 모두 우리 국민 개개인의 역량이 뛰어나서 가능한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시대의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 지금은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저출생 극복, 민생경제 회복, 의료인 수급, AI생태계 조성, 북핵 대응 등)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발 빠르게 대처하여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정치가 안정적으로 그 기반을 다져주어야 한다. 그런데 국회는 이러한 시급한 문제들은 아예 차치하고, 여소야대의 국면 속 특검과 탄핵이라는 이슈만으로 국회를 채우고 있다. 제22대 국회는 열리자마자 극심한 정치적 대치국면 속에 나라를 위한 진정한 정치는 실종되었다.

탄핵제도란 일반적인 절차에 따른 파면이 곤란하거나 사법 기관에 의한 소추가 사실상 어려운 대통령·법관 등 고위공무원을 국회에서 소추하여 파면하거나 처벌하는 행위 혹은 제도이다. 원래 양원제 의회를 가진 대부분 국가에서는 하원에서 시작되어 위법 행위를 소추한 후에 상원에서 탄핵 심리를 하여 선고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탄핵은 국회에서 소추 및 의결절차를 거쳐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여부를 결정한다. 국회에서 의결 통과되면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날 때까지 대상자의 직무는 정지된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의 탄핵제도는 정치적 판단과 법적 판단이 함께 이루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치적 책임이 있다고 할지라도 중대한 법률위반이 없이는 탄핵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그러므로 국회에서 의석수가 많은 다수당이라고 하더라도, 만약 중대한 법률위반 사유가 없다면 탄핵이라는 수단을 통해 국회에서 의결한다고 해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판결을 얻을 수가 없다. 그러므로 직무 정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무의미한 탄핵소추보다는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장관을 의회에서 탄핵 의결 후 5개월이 넘도록 직무 정지의 상태로 있다가, 결국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기각결정이 난 경우가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법률위반'이 인정되는지를 별도로 판단한다. 그러므로 다수당이라고 하여 탄핵을 정치보복의 수단이나 국정 마비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단순한 부도덕, 정치적 무능, 정책 결정상의 잘못 등이 명백한 헌법·법률위반이 아닌 이상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면서도, 국민선동의 수단으로 탄핵을 사용하게 된다면 일부 지지층은 통쾌하다 느낄지 모르겠지만, 국정은 점점 혼탁해질 것이다. 탄핵 심판이 징계적 성격을 가진다는 점과 국회의 무제한적인 탄핵소추가 가능하다는 점은 탄핵대상자의 법적 지위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법 체계적으로도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현 정권이 들어서고 역대 최고인 16차례의 탄핵 제안이 있었고, 그중 10명이 검사라는 사실은 검사 길들이기인지 법치 흔들기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탄핵이 4번이나 제안되고 2명이 사퇴한 상황을 볼 때, 정치권에서 언론장악을 위하여 탄핵대상자의 법적 지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조사와 심사, 질의와 토의가 결여된 탄핵절차는 권력분립의 원칙을 무시하는 행위로 결국엔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의회의 권한 남용이 될 수 있다.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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