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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로에서] 관치 금리의 역습

2024-07-24

주담대 등 가계 대출 급증
은행권 대출금리 줄인상
시장 금리는 오히려 인하
정부-금융당국 엇박자에
피해 고스란히 소비자 몫

[동대구로에서] 관치 금리의 역습
박종진 정경부 차장

전혀 예상치 못했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 여파가 내 통장 잔고를 갉아먹게 될 줄이야. 근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알아보면서 탄식만 새어 나왔다. 대출금리 2%대는커녕 3% 중반대도 힘들다는 심사 결과에 쓴웃음만 지어졌다. 불과 한두 달 새 앞으로 부담해야 할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출 금리는 더 내려갈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시장 금리는 떨어지고 있다. 은행채 금리 인하는 물론 코픽스 금리도 연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이후 변동이 없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인하될 거라는 시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의 엇박자, 문제 발생 후 뒷북 관리, 지나친 시장 개입의 가능성을 간과했다.

시중은행들은 연일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산 금리를 높이고 있다. 은행마다 한 달에 2차례나 금리를 올리는 등 앞다퉈 인상 랠리를 벌이는 중이다.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늦추라는 금융 당국의 압박에 따른 조치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는 심상찮다. 지난달만 놓고 보면 한 달 새 5조3천억원이 늘었다. 2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다. 늘어난 가계대출 대부분은 주담대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면서 대출 수요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만큼은 놓치면 안 된다는 '패닉 바잉'과 '영끌'이 재현되는 모양새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게 된 배경에는 정부의 책임도 있다. 내수 부진 장기화 우려에 금리 인하를 꾸준히 주문해 왔고, 밸류업 유인책·신생아 특례대출·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연기 등이 맞물린 여파다. 올 초 월평균 2천 건대 수준이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신생아 특례대출이 시행된 3월 두 배로 늘어나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대출증가의 주범으로 은행권을 지목하고 간섭할 일이 아니다. 가계대출이 급작스레 늘어나는 원인을 해결해야지, 못하게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뿐이다. 시중은행을 옥죄면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옮겨가 가계 신용 위험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자 비용보다 더 큰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아무리 막아도 대출은 일어난다.

현재 정부와 금융당국의 엇갈린 행보는 금융 소비자 피해로도 이어진다. 시장 금리 하락 속 대출 금리만 오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면서 예대금리차만 커지고 있다. 은행들은 '이자 장사'로 쉽게 돈을 벌고, 소비자가 받는 혜택은 그만큼 줄어든다. 결국 현시점에선 은행만 배를 불리고 있는 셈이다.

지나친 시장 개입은 수도권 외 지역의 피해도 부추긴다. 지역 부동산 상황은 수도권과 전혀 다르다.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올해 상반기 서울 집값은 0.39%(누적) 올랐지만 전국 기준으로는 0.44% 떨어졌다. 대구를 포함한 5대 광역시(부산·광주·대전·울산)의 경우는 1.12%나 하락했다. 아파트 가격은 격차가 더욱 크다.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한 조치가 강화될수록 지역 부동산 경기는 냉랭해지고, 경기 침체도 장기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금융정책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가계를 넘어 기업과 국가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그만큼 정부와 금융당국은 손발을 맞춰 다양한 변수에 빠르면서 유연한 대처 능력을 보여야 한다. 통화정책의 독립성만큼 금융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한 이유다.
박종진 정경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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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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