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40728010003807

영남일보TV

[조진범의 시선] 낙타를 쓰러뜨리는 '마지막 지푸라기'

2024-07-29

총선 당시 특권폐지 약속
선거 끝나자 금기어 된 듯
국민도 특권 폐지 무관심
정치 실망 임계점에 재론
특권폐지 강력 추진돼야

[조진범의 시선] 낙타를 쓰러뜨리는 마지막 지푸라기
편집국 부국장

"낙타를 쓰러뜨린 마지막 봇짐을 얹은 사람이 되고 싶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했던 말이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실천한 처음이 되고 싶다고 했다. 특권 폐지 공약도 여럿 내놨다. 불체포특권 폐지, 면책특권 폐지, 금고형 이상 판결 확정 시 세비 반납, 국회의원 세비 중위소득 수준 삭감, 출판기념회를 통한 정치자금 모금 근절을 약속했다. '무노동 무임금'도 강조했다. 한동훈의 기세(?)에 민주당도 응했다. 응할 수밖에 없었다. 총선 승리라는 지상과제를 위해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했다.

지금은 어떤가.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모두 약속이나 한 듯 특권 폐지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총선이 끝난 지 벌써 3개월이 지났다. 그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입에 올리는 순간 전염병처럼 번질 것을 우려해 금기어로 지정한 듯하다. 총선 당시 특권 폐지 경쟁은 '약속 대련'에 불과했다. 사실상 국민을 속인 셈이다. 국민도 체념했다.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총선이 끝나면 정치개혁이나 특권 폐지 논의가 물 건너갈 것으로 여겨졌다. 역대 총선이 증명한다. 정치개혁이나 특권 폐지가 늘 화두로 떠올랐지만,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졌다. 어찌 보면 국민적 수준이 아직 특권 폐지를 주도할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공동체의 이익, 사회 헌신 같은 공익 가치보다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 결사적인 정치 집단에 세뇌당한 게 아닐까 라는 인상마저 준다. 진영 대결에 워낙 익숙해지다 보니 특권 폐지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권의 '노림수'에 번번이 당하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국민의힘 새 사령탑에 오른 한동훈 대표가 정치개혁을 들고 나왔다. 비대위원장 시절 언급했던 '낙타, 마지막 봇짐'은 미국 속담에서 가져온 한동훈식 비유다. '마지막 지푸라기가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다'가 미국 속담이다. 낙타의 등에 짐을 계속 싣다 보면 아무리 가벼운 지푸라기라고 해도 낙타를 쓰러뜨리는 임계점에 도달하게 된다. 마지막 봇짐이나 마지막 지푸라기는 결정적 변화를 불러오는 최후의 행동이나 마지막 한계를 뜻한다. 정치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극에 달한 지금, 한 대표가 정치개혁을 들고 나와 반갑다.

때마침 처음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단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자신의 월급을 공개했다. 최근 MBN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이 의원은 '국회의원 월급 얼마나 받아요'라는 MC의 질문에 "지난달 처음으로 통장에 돈이 찍혔는데 992만2천원이었다"고 밝혔다. 맨날 싸움만 하는 국회의원이 받는 월급으로는 고액이다. 제22대 국회의원의 올해 연봉은 1억5천690만원이다. 작년보다 263만7400원(1.7%) 인상됐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감안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실질 연봉은 5억원에 이른다. 세비 외에 의원 사무실 지원 경비로 1억원을 받는다. 후원금으로 매년 1억5천만원, 선거가 있는 해 3억원을 받을 수 있다. KTX 특실, 비행기 비즈니스석, 의원회관 내 이발소, 헬스장, 목욕탕을 공짜로 이용한다. 의원 회관에 있는 내과, 치과, 한의원은 가족까지 공짜다. 일반 국민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특혜다.

한 대표가 쏘아 올린 '정치개혁'과 '특권 폐지'가 과연 탄력을 받을 것인가. 또 원외 인사인 한 대표는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 것인가. 편집국 부국장

기자 이미지

조진범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