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에서도 금메달 목표로 '파이팅'
김제덕이 30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독자제공 |
"일단, 파리행 비행기에 타려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최종 3위 안에 들어야 합니다. 어느 하나 장담할 수는 없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겁니다. 운까지 따라줘서 바라는 모든 것이 이뤄진다면 가장 먼저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와 병원에 계신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께 자랑하고 싶습니다. 분에 넘치는 성원과 격려를 보내주신 고향분들을 비롯해 감독 및 코치 선생님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초심을 잃지 않고 노력하겠습니다."
자신을 키워주신 할아버지, 할머니를 떠올리며 금메달을 기약했던 '효손(孝孫)' 김제덕(예천군청)이 끝내 2024 파리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 3연패를 이뤄냈다.
김제덕은 30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단체전 결승에서 개최국 프랑스를 5대 1로 꺾고 우승했다.
전날 열린 여자단체전에서 여자대표팀이 10연패를 이룬 터라 한국 양궁은 단체전 남녀 동반 3연패도 달성했다. 예천 출신인 김제덕은 지난 도쿄올림픽 2관왕에 이어 남은 개인전에서도 금맥 캐기에 나서 더욱 주목받는다.
'아기 사자' 김제덕의 기합은 이번 올림픽에서도 계속됐다. 2021년 도쿄 올림픽이 재현된 듯 형들 뒤에서 기합소리를 내며 분위기를 띄웠다. '파이팅' 소리는 경기장 관중의 힘찬 응원 소리에도 묻히지 않았다.
8강전에선 김제덕이 일본선수 쪽을 향해 파이팅을 외치는 듯한 장면이 포착됐고 심판이 주의를 줄 정도였다. 같은 팀 김우진은 "김제덕 선수의 기합은 긴장을 신나는 감정으로 바꾼다"고 했고, 이우석은 "같이 하면 우승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김제덕이 30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8강 일본과의 경기에서 과녁을 향해 활 시위를 당기고 있다. <독자제공> |
지난 25일 진행한 랭킹 라운드 당시 김제덕은 "랭킹 라운드에서는 다른 선수들도 같이 쏴서 매너가 아니라 파이팅을 외치지 못했다"며 "토너먼트에서는 파이팅을 크게 외치며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약속을 이행, 특유의 긍정 에너지로 형들과 3연패를 일궈냈다.
김제덕은 예천초등 3학년 때 처음 활을 잡았다. 영재를 소개하는 TV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등 신궁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역사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당시 혼성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 17세3개월12일의 나이로 한국 남자 선수 역대 최연소 메달리스트로 기록됐다.
이번 대회에서도 정확한 영점으로 과녁을 명중한 건 물론 파이팅을 이어가며 3연패에 크게 기여했다.
문형철 예천군청 양궁실업팀 감독은 경기에 앞서 김제덕 선수에게 "지금 (몸)상태가 좋으니 욕심부리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페이스가 무너지지 않도록 집중하면서 시합을 하나하나 풀어가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김학동 예천군수는 “자랑스러운 예천의 아들 김제덕 선수가 세계를 제패했다”며 “이틀 동안 뙤약볕 아래서 목이 터져라 응원한 보람이 있다. 성원해 주신 군민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장석원기자 history@yeongnam.com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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