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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타워] 정치의 몰락

2024-08-01

[영남타워] 정치의 몰락
임호 서울 정치부장

2024년 대한민국 국민은 정치의 추락이라는 매우 희귀한 정치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21대 국회는 정권이 교체되며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는 듯했다. 여소야대였지만 협치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지난 4·10총선에서 정치권은 너나 할 것 없이 고개 숙여 과반 의석 확보를 국민께 호소했다. 여당은 야당의 입법독주를 막아야 한다고, 야당은 대통령의 독선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22대 국회는 그들이 말한 것처럼 정말 달라졌을까. 아쉽게도 더 암담한 국회가 됐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두 달이 지났건만 합의처리된 법안은 하나도 없다. 개원 이후 7월31일 현재 2천400 건의 법률안이 제출됐으나 본회의 문턱을 넘은 건 5건, 0.21%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은 본회의 통과 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고, 5박6일 필리버스터를 거쳐 30일 통과된 '방송4법'도 대통령의 거부권행사가 확실시된다. 방송4법도 대통령 거부권행사가 이뤄진다면 실질적으로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되지 못한 셈이다. 민주당이 이달 초 처리할 예정인 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도 비슷한 운명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말 그대로 '정치의 끝없는 몰락'이다. 대한민국 국회는 국민이 고통을 받든 말든 정당의 이익을 위해서만 행동할 뿐이다.

정치가 몰락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돼 죽을 맛이다. 널뛰듯 들썩이는 물가와 부동산 가격에 한숨만 나온다. 오늘의 내 가정이 내일까지 안정적으로까지 이어질지조차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와중에 국회의원들이 목청이 터져라 필리버스터를 해도 국민은 관심이 없다. 아니, 그럴 여유가 없을 정도로 민생 위기의 연속이다. 특히 22대 국회의 가장 큰 특징은 협치의 실종이다. 정치의 기본인 협치가 사라진 22대 국회에 기대할 것은 없다. 여야 당 대표 회담이나 원내대표 협상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보다 더 쉽고, 더 자극적인 입법독주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서로를 헐뜯기에만 분주하다.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 국회는 대결과 분열, 막말과 갈등으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처럼 여당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의존한다면 3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국민적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야당도 입법독주를 계속하면 그 역시 민심의 냉혹한 심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정치는 생각이 다른 사람이나 시대 상황과의 타협을 통해 자신과 자신이 속한 정당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것이다. 현재의 진흙탕 싸움으로 국회가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치의 수혜자여야 할 국민을 위해 우리 국회는 대화와 협상의 묘미를 발휘해야 한다.

현대 정치와 사회는 하나의 문제에 다양한 원인이 복합되어 있다. 단순히 이념에 매몰됐다간 해법을 찾을 수 없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국민의 눈높이'를 늘 강조해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도 한결같이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따지고 보면 두 정치인의 발언은 하나의 길로 통하고 있다. 바로 민생이다. 이들의 말이 말 장난이 아닌, 진심이길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행동으로 옮겨, 22대 국회가 생산성 제로가 아닌, 가성비 갑의 국회가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임호 서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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