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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별천지 영양의 숲과 마을 .6] 대티골 치유의 숲

2024-08-29

길들지 않은 아름다움 '치유의 숲터널'을 거닐다

[별천지 영양의 숲과 마을 .6] 대티골 치유의 숲
2009년 사단법인 생명의 숲은 대티골 치유의 숲을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이라 칭송했다. 대티골 치유의 숲은 봉화, 영양, 청송, 강원도 영월을 잇는 '외씨버선길'의 일곱 번째인 '치유의 길'과 겹친다.

영양에서 봉화로 넘어가는 일월산 자락에 오래된 마을 대티골이 있다. 마을은 일월산 해의 봉우리인 일자봉과 달의 봉우리 월자봉의 북동사면 골짜기, 산의 북쪽과 서쪽에서 흘러 내려오는 계곡물이 만나 반변천의 최상류를 이루는 내를 따라 자리한다. 대티는 큰 언덕인 대치(大峙)에서 유래한 것으로 '일월산 큰 고개'라는 뜻이다. 지금은 31번 국도가 가뿐히 큰 고개를 넘지만 아주 옛날에는 계류를 따라 골짜기 사람들이 오르내리던 산길이 있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산의 등줄기를 잘라내 큰 고개를 넘던 옛 국도가 있었다.

원시림 같은 옛길 주민이 잇고 다듬어
깨밭·칠밭 등 정겨운 이름의 숲길 조성
10㎞ 모든 구간 완만 아이도 걷기 편해

마을도 농촌체험휴양지로 전국적 명성
방문객 편의 위해 수도 등 최소한 개발
숙소도 현대적 시설 갖춘 황토 구들집


[별천지 영양의 숲과 마을 .6] 대티골 치유의 숲
영양에서 봉화로 넘어가는 일월산 자락의 오래된 마을 대티골. 굽이진 길가에 '영양 28㎞'라는 녹슨 이정표가 서 있다. 이 오래된 이정표만이 차가 오가던 옛 도로의 흔적으로 남아 있다.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대티골 치유의 숲

옛 국도는 일본인들이 일월산에서 캐낸 광물을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든 길이다. 그 길로 일월산의 금과 은, 구리, 아연 등이 봉화의 장군광업소로 실려 갔다. 해방 이후 한동안 쓸모없이 내버려졌던 도로는 1960년대에 들어 일월산과 영양지역 국유림에 대대적인 산판(벌목)이 활기를 띠면서 다시 분주해졌다. 한국전쟁에서 흘러나온 소위 제무시(GM사 트럭)가 곧고 미끈한 육송을 가득 싣고 쉴 새 없이 먼지를 일으키며 비포장 길을 넘나들었다. 질 좋은 소나무들이 베어나갔고 일월산은 잡목으로 뒤덮여 버렸다. 그러다 1990년대 초, 새 국도가 놓이고 임업이 쇠퇴하면서 옛길은 잊혀 갔다. 자연은 맹렬한 생명력으로 고단하게 밟혀온 몸과 기억을 치유하는 시간에 침잠해 들어갔다.

2006년 어느 날, 대티골 사람들이 그 길에 들어섰다. 원시림과 같은 숲길을 정돈하고 무너진 흙을 치우고 허물어진 곳은 돌을 쌓아 북돋웠다. 그렇게 옛 국도는 사람의 발길이 간간이 오가는 고요한 숲길이 되었다. 이어 대티골 사람들은 오래된 길들을 다듬었다. 깨밭골, 칠밭목, 댓골 등 정겨운 옛 이름을 딴 숲길이 만들어지고 옛 국도와 이어졌다. 골짜기의 이 길들은 하나 되어 '대티골 치유의 숲'이 되었다. 2009년 사단법인 생명의 숲은 대티골 치유의 숲을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이라 칭송했다. 대티골 치유의 숲은 봉화, 영양, 청송, 강원도 영월을 잇는 '외씨버선길'의 일곱 번째인 '치유의 길'과 겹친다.

[별천지 영양의 숲과 마을 .6] 대티골 치유의 숲
[별천지 영양의 숲과 마을 .6] 대티골 치유의 숲
영양 대티골 반변천 발원지 '뿌리샘'(위)과 대티골 단풍교. 뿌리샘에서 시작된 일원산 계곡물은 마을 사람들의 식수였다. 지금도 계곡물은 AAAA급의 최상급 수질로 영양군에서 가장 깨끗한 물이다.

대티골은 일월산자생화공원 일대의 아랫대티와 숲길이 시작되는 윗대티로 나뉜다. 윗대티 마을 동구에 '아름다운 대티골 숲길' 입구가 있다. 외씨버선길을 알리는 버선 조형물을 지나 은근한 오르막을 따라 3.5㎞를 가면 진등 갈림길 쉼터다. 마을을 관통해 가도 된다. 윗대티의 마지막 집을 지나 작은 물길을 건너면서 본격적인 숲길이 시작된다. 곧 나오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진등에서 옛 국도와 만나 칠밭길로 향한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난 오솔길을 500m쯤 오르면 옛 마을길(0.8㎞)과 댓골길(2.3㎞)이 갈라져 각자 칠밭길에 다다른다. 안내도에 있는 모든 거리를 합해 보면 숲길은 10㎞가 넘지만 이정표 따라 길게 혹은 조금 짧게 각자가 코스를 만들 수 있다. 모든 길은 크게 힘들지 않다. 가파르지 않고 완만해 어른, 아이 모두 걷기 편안하다.

옛 국도에는 아름드리 금강소나무와 참나무 교목들이 빽빽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 있다. 다래덩굴과 칡덩굴에 휘감긴 어두운 숲에서는 솔향도 나고 더러 더덕향도 난다. 소나무들 깔린 숲길 주변은 주민들이 애지중지하는 '송이 산'이기도 하다.

흙길은 정말 차가 달렸을까 싶을 정도로 좁고 굽이가 많지만 걷기에는 넉넉하다. 굽이진 길가에 '영양 28㎞'라는 녹슨 이정표가 서 있다. 이 오래된 이정표만이 차가 오가던 옛 도로의 흔적으로 남아 있다.

◆ 굴 속 바위틈 뿌리샘을 만나는 옛 마을길

옛 국도는 칠밭목 삼거리에서 끝난다. 오른쪽으로는 외씨버선길을 보내고 왼쪽으로 칠밭길이 시작된다. 칡이 밭처럼 많았다는 길에는 온갖 잡목이 우거져 있다. 오르락내리락 이어지는 길 따라 신갈나무, 생강나무, 상수리나무, 개옻나무 등의 우듬지 사이로 이따금 환한 하늘이 열린다. 길가에는 노루발, 솔나물, 둥굴레, 곰취, 매화노루발, 남산제비꽃, 양지꽃, 구절초, 달맞이꽃 등이 발목을 간질인다. 이런 나무와 풀들은 생태학적 가치를 충분히 가지고 있어 이 일대는 현재 연구 지역으로 선정되어 있다고 한다. 약 800m 지점의 삼거리에서 옛 마을길이 분기한다. 칠밭길을 따라 900m를 더 전진하면 댓골길과 이어진다. 옛 마을길과 댓골길은 푸른 이끼가 소복이 내려앉은 계곡과 함께한다. 이 계곡물이 대티골 마을 앞을 흐르는 냇물, 곧 반변천의 시원이다.

옛 마을길로 급하게 내려선다. 조그만 동굴 앞에 '뿌리샘'이라 새겨진 오석이 있다. 이곳이 반변천의 발원지다. 일월산은 암산(바위산)이어서 주로 암석 아래로 물이 흐른다. 그러다 뿌리샘에서 드디어 물줄기가 지표면을 뚫고 나온다. 뿌리샘은 고여 있지 않다. 굴속 바위틈에서 쉼 없이 흘러나온 물이 샘이 되고, 샘은 다시 머금은 물을 아래로 흘려보낸다. 그리고 곧 수량 풍부한 계곡을 이루어 굽이굽이 영양군을 지나 낙동강으로 합류한다.

계곡물을 따라 순정한 나무다리를 건너며 내처 간다. 돌을 들추면 가재가 흔하고 때때로 열목어가 목격된다고 전한다. 나뭇잎이 켜켜이 쌓여 폭신폭신한 땅의 촉감에 몸을 맡기고 울창한 숲을 비집고 들어오는 빛 내림에 젖는다. 사위에는 들풀과 야생화들, 금강송과 낙엽수들이 지천으로 너울거릴 뿐, 그저 길과 마음이 발걸음을 이끌어 걷는 것조차 잊고 이내 사람은 숲이 된다. 가끔은 일월산에 사는 수달과 담비, 삵, 너구리, 족제비, 노루, 고라니, 멧토끼를 만나는 행운을 얻기도 한다.

◆사람은 자연을 지켜주고 자연은 사람을 치유해주는 대티골 자연치유생태마을

대티골 마을에는 사람들이 하나둘 자연을 떠날 때 골짜기를 지킨 이들과 도리어 자연을 찾아 들어온 이들이 산다. 뿌리샘에서 시작된 일원산 계곡물은 마을 사람들의 식수였다. 지금도 계곡물은 AAAA급의 최상급 수질로 영양군에서 가장 깨끗한 물이다. 마을은 해발 450~600m에 자리해 일교차도 크고 햇볕이 내리쬐는 시간도 짧다. 그래서 아침 햇살이 계곡 깊숙이 스며들 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이 햇살과 함께 움직인다. 산비탈을 개간해 만든 밭에 나가 산마늘과 두메부추, 전호, 눈개승마(삼나물), 섬초롱, 쑥부쟁이, 미역취 등의 농작물을 가꾸고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간다. 자연에 리듬을 맞춘 삶이다.

옛길을 다듬어 치유의 숲을 만든 이후 마을은 2010년 농촌체험휴양마을이 되었다. 사람은 자연을 지켜주고 자연은 사람을 치유해주는 '대티골 자연치유생태마을'이다. 2010년부터 계속 환경부로부터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선정되었고 2018년에는 농협 전국팜스테이마을 평가 최우수상을 받는 등 여러 기관으로부터 인정도 받았다.

찾아드는 도시 사람들을 위해 계곡물 대신 상수도를 들이는 최소한의 개발도 진행했다. 방문객들을 위한 숙소는 마을 전체에 흩어져 있는 황토 구들집이다. 몸에 좋은 황토와 전통난방 방식인 구들이 만났다. 기둥, 서까래, 지붕에 쓰인 모든 목재는 모두 금강송이고 난방 연료는 100% 나무다. 얼핏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내부는 신식이다. 온수 샤워를 할 수 있는 깨끗한 화장실과 취사를 할 수 있는 주방도 있어 산촌 마을의 정서와 별장 수준의 편리함을 두루 갖추고 있다. 지정된 황토 구들지기가 관리하고 있어 아궁이 불을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방안에 누우면 서까래의 가지런한 선이 눈 속에 내려앉고 창밖을 내다보면 고요한 정원과 초록빛 산이 눈에 들어온다. 정갈한 마음과 느긋한 마음이 갈마들어 어느새 스르륵 잠에 든다.
글=류혜숙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영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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