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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나의 우주 나의 세계, 경산] (6) 창작의 도시, 만화·웹툰의 세계

2024-09-06

만화의 상상력 펼치는 꿈의 공간
상상이 현실과 만나는 삶의 공간

[나의 우주 나의 세계, 경산] (6) 창작의 도시, 만화·웹툰의 세계
경산시 한국만화인협동조합에서 작가들이 작업에 한창이다. 한국만화인협동조합은 만화 '폭주 기관차'로 유명한 조재호 만화가를 필두로 '만화·웹툰 제작 그리고 교육 사업'과 관련된 인력을 갖춘 한국 최초 만화 콘텐츠 인증 사회적 기업이다.


일본 규슈에 위치한 구마모토현은 소도시이지만 세계적으로 알려진 도시다. 그곳에는 귀여운 쿠마몬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3월에 탄생한 쿠마몬은 구마모토현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귀엽고 익살맞은 곰돌이다. 구마모토현을 쿠마몬이 태어나기 전과 태어난 후로 나눌 수 있다고 할 만큼 지역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쿠마몬 일러스트 저작권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면서 쿠마몬 탄생 1년 만인 2011년 11월에는 쿠마몬 캐릭터 사용 허가 제품이 1천670건,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도 400여 개가 될 정도로 지역 주요 산업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2011년부터 2021년까지의 판매액 누계만 해도 우리 돈 약 10조9천억 원에 이른다. '쿠마몬'이 그야말로 구마모토현을 대표하는 브랜드이자 콘텐츠가 된 것이다.

플랫폼 연재 한국만화인협동조합
소속 작가·직원 90%가 경산 사람들
지역 모습 웹툰 곳곳 배경으로 등장
이웃 어르신 인생이야기도 스토리
독고탁과 협업 '빛나는 만화마을'
창작 활동 지원 '웹툰 창작소' 운영


일본 만화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도시인 니가타시는 만화의 집, 만화 전문학교, '니가타 애니메이션&만화축제' 등으로 만화 산업의 중심지가 되면서 만화를 만들고, 즐기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들고 있다. 일본은 이처럼 만화 강국으로 손꼽힌다.

최근 '웹툰 강국'으로 떠오르는 또 하나의 성지가 있으니 바로 대한민국이다.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하루에도 수많은 작품이 쏟아지고, 다양한 팬층이 형성되면서 '웹툰 강국'이란 명성을 얻었다. 그런데 K-웹툰을 이끄는 수준 있는 작가들이 최근 경산시로 모여들고 있다. 경산시가 새로운 만화·웹툰의 중심지가 되기 위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만화마을로 재탄생한 경산시의 이야기를 펼쳐본다.

[나의 우주 나의 세계, 경산] (6) 창작의 도시, 만화·웹툰의 세계
[나의 우주 나의 세계, 경산] (6) 창작의 도시, 만화·웹툰의 세계
경산 한국만화인협동조합. 조합 직원의 90%는 경산 출신의 경산 사람들이다.

◆경산시로 만화가들이 모여들었다

K-웹툰의 시대! 인터넷 만화를 뜻하는 웹툰은 신성장 산업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지만 거대 플랫폼과 함께 공장화되어 가는 만화가들의 삶은 녹록지가 않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작품 속에서 경쟁하는 것도 힘들고, 산업 면에서도 해외시장의 문턱을 넘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와있다. 특히 일본이라는 거대한 만화 시장은 쉽지 않은 경쟁 상대이다.

이런 시기에 서울행이 아닌 지역행을 택한 만화가들이 있다. 만화 산업의 미래를 지역과 함께 풀어가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한국만화인협동조합은 만화 '폭주 기관차'로 유명한 조재호 만화가를 필두로 '만화·웹툰 제작 그리고 교육 사업'과 관련된 인력을 갖춘 한국 최초 만화 콘텐츠 인증 사회적 기업이다. 한국만화인협동조합 소속의 작가와 직원의 90%는 경산 출신의 사람들이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약 20명의 작가는 모두 웹툰 플랫폼 연재 경험을 가진 우수한 인재다.

조재호 만화가는 경산시에서 우리나라 대표 '만화 도시'로의 성장 가능성을 보았다.

"웹툰의 주된 소비자와 생산자는 청년입니다. 그런데 경산시는 청년이 많습니다. 웹툰 작가 지망생도 많아요. 이처럼 인적자원도 풍부한데 무엇보다 경산시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경산을 일본의 니가타와 같은 만화의 도시로 키우고, 한국 웹툰의 거점도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 한국만화인협동조합은 경산에 자리를 잡은 후 경산을 배경으로 한 만화를 제작 및 연재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21년 네이버에서 인기리에 연재된 웹툰 '국선변호사'는 가상의 도시 서부시를 배경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주인공의 활약상을 다루고 있다. 웹툰을 보다 보면 경산 시민들은 익숙한 장소를 떠올리게 된다. 경산시청·영남대학교·남매지 등 경산의 50여 곳이 웹툰 곳곳에 배경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경산의 천연기념물인 '삽살개'를 모티브로 한 판타지 액션물인 웹툰 '벽사의 눈'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외에도 한국만화인협동조합이 가장 기억에 남는 지역 밀착 사업으로 꼽은 것 중 하나는 2022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다각화 지원사업인 '만화로 보는 시니어 전성시대' 이다. 대한노인회 경산시지회의 도움으로 경산에 사는 어르신 10분을 젊은 웹툰 작가들이 직접 찾아가 인터뷰한 인생 이야기를 웹툰으로 재탄생해 냈다. 이 사업을 통해 청년과 지역 어르신의 만남이 주선되고, 경산 지역 어르신의 이야기를 웹툰 형식의 아카이브로 만드는 초석이 마련되었다.

[나의 우주 나의 세계, 경산] (6) 창작의 도시, 만화·웹툰의 세계
문화특화지역을 조성하기 위해 경산시 서상길 일원에 조성한 '빛나는 만화마을'에서 열린 경산만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만화 그리기 체험을 하고 있다. <한국만화인협동조합 제공>

◆경산! 만화의 성지로 다시 태어나다

우리나라 만화에는 3대 계보가 있다고 한다. 경북 출신인 이상무계, 이현세계, 호남 출신인 허명만계! 이들 중 이상무 만화가는 독고탁을 주인공으로 하는 만화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야구왕 독고탁은 1970년대와 1980년대 한국 만화계를 뒤흔든 대스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화주인공 '독고탁'의 저작권을 가진 고(故) 이상무 화백의 외동딸 박슬기씨(독고탁 컴퍼니 대표)와 한국만화인협동조합(대표 조재호)이 경산시와 손을 잡으면서 경산시의 '만화 웹툰 마을' 조성의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경산시는 올해부터 3년간 18억원을 들여 서상길 일원에 '빛나는 만화마을' 조성 사업을 진행하기로 하고, 지난 2월27일, <재>경북테크노파크와 문화 특화 지역 조성사업('빛나는 만화마을' 조성)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서상길 일원에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올해 4월 조성 사업이 마무리된 '청년문화마을'과 올해 10월 개소 예정인 '경산웹툰창작소'가 있어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화 특화 지역이 될 '빛나는 만화마을'의 시작을 알린 것은 지난 6월14일과 15일에 열린 '2024 웹툰으로 들려주는 불빛 콘서트'였다. 경산시는 이 행사에서 만화주인공인 독고탁을 명예 홍보대사로 임명하면서 만화 도시 경산의 출발을 알렸다.

[나의 우주 나의 세계, 경산] (6) 창작의 도시, 만화·웹툰의 세계
경산시 명예홍보대사로 임명된 만화주인공 독고탁. <한국만화인협동조합 제공>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올해 10월 개소를 목표로 하는 '경산웹툰창작소'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경산시 장산로의 연면적 584.48㎡(약 177평) 부지에 지어진 지상 3층의 건물은 총사업비 25억원으로 2023년 5월 착공하여 2024년 1월13일에 준공되었다. 웹툰 관련 전시 공간과 교육실, 공유오피스, 스튜디오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수탁 기관으로는 한국만화인협동조합이 선정되어 올해 7월에 계약이 체결되었다. 9월 중으로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통한 사업계획서 승인 절차가 진행되면 올해 10월 중 시설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만화·웹툰 관련 사업 발굴·수행, 만화·웹툰 전문 인력 양성, 웹툰 작가 입주 공간 대여 등을 통해 창작 활동을 지원한다. '경산 웹툰 창작소'를 운영하게 될 한국만화인협동조합은 지역의 예비 작가 양성은 물론 관내 초등학생과 지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으로 지역민의 관심을 높이고, 다양한 캐릭터를 개발해 저작권을 지역민과 함께 공유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지역의 예술가 및 상인이 경산에서 만들어진 캐릭터를 활용해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함으로써 경산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빛나는 만화마을'의 작가와 지역민의 상생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만화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꿈의 공간과 상상이 현실과 만나는 삶의 공간이 한자리에 모인 경산. 만화의 배경을 찾아 여행객들이 모이고, 인기 만화가와의 만남이 성사되고, 다양한 캐릭터 산업으로 지역 특산물의 색깔이 더욱 뚜렷해질 수 있는 경산의 미래가 아름다운 그림체로 그려져 연재를 앞두고 있다. Coming soon!

글=박성미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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