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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지대] 박정희를 넘어야 대구가 산다

2024-09-09

[단상지대] 박정희를 넘어야 대구가 산다
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최근 박정희 동상을 세우는 이슈로 인해 대구가 시끄럽다. 필자는 박정희 동상을 세우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박정희라는 인물은 그 상징물을 세워 후대에 남겨도 충분할 만큼 그의 업적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그가 이룬 공적은 당시 이 땅에 살았던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온 몸에 아로새겨져 있다. 물론 그의 과오도 그렇다. 그래서 '박정희 우상화'라며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대신 박정희 동상을 '지금' 세우는 데 적극 찬성하기에는 망설여진다. 오늘날 대구가 봉착한 문제들의 기원을 찾아 올라가 보면 박정희 대통령에게 귀결되기 때문이다. 박정희의 공과를 평가하는 토론회에 가보면, 그곳은 서로 말하고 싶은 내용만 쏟아내는 장이다. 공(功)만 주장하는 이들과 과(過)만 주장하는 이들의 일방적인 말싸움이다. 정파적 입장만 존재한다.

대구에 살고 있는 시민의 입장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박정희를 극복하는 것이다. 박정희의 업적을 계승하되 그가 남긴 부정적 유산을 걷어내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집권한 1970년대는 대한민국의 발전의 기반을 건설한 시기였고, 오늘의 경제번영의 초석을 닦은 시기였다. 박정희 대통령이 그렇게 기획하고 실행했기 때문에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물은 박정희가 파놓은 우물에 기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대구가 겪고 있는 청년유출, 지역소멸, 저발전, 저출산 또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박정희에 다다른다. 현재의 문제들은 대한민국의 눈부신 발전을 이룬 박정희 경제발전 모델의 부산물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국가 주도로, 대기업 중심으로 수출촉진정책과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을 강력히 추진했다. 수도권에 대기업 본사와 연구소를 두고, 지역에는 공장을 설치하는 식이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은 중앙정부의 지엽말단에 불과했다. 그 결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를 초래했고, 그 정도는 해가 갈수록 심화되었고 확대되었다. 박정희 모델은 1987년 제6공화국 출범이후에도,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이후 등장한 대통령들의 새로운 경제정책들은 박정희 모델이란 오랜 건물을 새롭게 도색하거나 기껏해야 증축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사회 정책 분야에도 박정희의 족적은 뚜렷했지만, 시대가 바뀜에 따라 역효과를 초래했다. 박정희의 성과 가운데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인구정책이 성공을 거두었다. 1965년 5.0명, 1970년 4.53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이 적극적 산아제한정책으로 1980년 2.82명, 1983년 2.06명으로 떨어졌다. 이로 말미암아 시대의 흐름인 저출산에 늑장 대처하는 우를 범했다.

1977년 첫발을 내디딘 의료보험제도도 현재 첨예한 갈등을 일으키는 의정갈등의 배경이 되었다.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 의료보험을 시작으로 5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의료보험이 실시되었고,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이 시행되었으며, 2000년 김대중 대통령 때 의료보험제도가 완성되었다.

미래를 나아가기 위해서는 현재 사회가 안고 있는 장애물을 제거하고, 한 단계 도약하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오늘의 번영을 이룩한 위대한 인물의 발자취를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가 남긴 부정적 유산을 도려내고 씻어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 박정희를 넘어서는 길로 전진해야 대구가 산다.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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