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청 '영끌' 건립 기금 논란
"부지 선정도 안 됐는데, 과도한 예산 책정" 지적
남구 "부지 매입 필요할 경우 대비하는 차원"
대구 남구청사 전경. <영남일보 DB> |
대구 남구가 최근 신청사 건립 기금으로 예산 300억원을 추가로 적립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아직 부지조차 정해지지 않은 신청사 건립사업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식으로 예산을 편성해 정작 주민들이 누려야 할 행정·복지 서비스가 축소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9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남구는 기존 1천212억원의 신청사 건립 기금에 예산 300억원을 추가 적립했다. 이자 수입 약 91억원까지 더하면 신청사 건립에 최대 1천604억여원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구는 부지 매입 상황을 대비해 추가 예산을 적립했다고 설명했다. 남구는 지난 7월부터 2029년 준공을 목표로 신청사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신청사 부지를 찾는 '구청사 신축 타당성 조사 및 기본구상 용역'이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거론된 부지는 현 구청사 부지, 강당골 공영주차장 일원이지만 다른 부지가 선정될 가능성도 있다. 현 구청사 부지와 강당골 공영주차장 일원의 경우 부지를 매입할 필요가 없지만, 다른 부지를 물색한다면 매입을 위한 예산이 필요하다.
이정현 남구의원(더불어민주당)은 "여태껏 신청사 관련한 예산을 검토해왔는데, 이번 300억원 추가 예산안은 기존 계획에 없던 내용"이라며 "국가 예산이 부족해 전국이 허덕이는 상황인데, 부지도 선정 안 된 사업에 이런 식으로 예산을 편성하면 당연히 주민들은 그만큼 복지행정 서비스를 누릴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해당 예산안이 의회 심사를 통과하는 과정에서도 석연찮은 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남구청 조직 개편이 이뤄지면서 신청사 건립 사업 담당 부서와 의회 상임위원회가 모두 바뀌었다. 담당 부서는 행정지원과에서 정책추진단으로, 소관 상임위는 행정자치위원회에서 도시복지위원회로 변경됐다.
이 구의원은 "담당 부서와 소관 상임위가 변경되면서 절차와 취지에 문제가 있는 예산안이 제대로 된 검토나 분석 없이 의회를 통과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남구 관계자는 "부지 선정 후 내년 4월쯤 행정안전부의 타당성 조사를 진행할 계획인데, 예산·부지 확보 여부에 따라 승인 여부가 달라진다. 공사 시점이 2~3년 후여서 그사이 변화할 물가 상승률에 대비하기 위해 넉넉하게 기금을 조성할 필요가 있었다"며 "아직 구체적인 사업비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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